후보 선수인 곽승석, 김선호, 서현호 활용으로 공백 메울 예정
헤난 대한항공 감독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후반기 큰 과제"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파죽지세로 선두를 질주하던 대한항공에 이번 시즌 들어 가장 큰 시험대가 찾아왔다.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의 부상에 이어, 경기 흐름을 바꾸는 '슈퍼조커' 임재영까지 연이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팀 운영 전반에 적잖은 부담이 생겼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개막 이후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앞세워 리그를 지배해 왔다. 지난 시즌 21승 15패, 승점 65로 정규리그 3위에 오른 뒤 현대캐피탈에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내줬던 대한항공은 설욕을 다짐하며 새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외국인 공격수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과 토종 에이스 정지석의 막강한 공격 조합, 코트를 조율하는 베테랑 세터 한선수의 노련한 경기 운영, 여기에 안정적인 리시브와 수비 조직력까지 더해지며 공수 전반에서 완성도 높은 배구를 선보였다.
수치로도 대한항공의 압도적인 전력을 확인할 수 있다. 공격 성공률(55.08%), 후위 공격 성공률(59.30%), 속공 공격 성공률(60.14%), 퀵오픈 성공률(60.07%), 세트당 디그(17.28개), 세트당 세트(13.86개), 리시브 효율(35.96%) 등 주요 지표 대부분에서 리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30일 기준 대한항공은 14승 3패, 승점 40으로 2위 현대캐피탈(10승 7패·승점 32)에 승점 8차로 앞서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유 있는 선두지만, 시즌 흐름을 흔들 수 있는 '부상 변수'가 현실로 다가왔다.
먼저 팀의 핵심인 정지석이 전열에서 이탈했다. 정지석은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을 다쳐 정밀 검진을 받았고, 발목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아 약 8주간의 재활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지석의 공백은 단순한 주전 한 명의 이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올 시즌 남자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될 만큼 압도적인 활약을 펼쳐왔다. 15경기에서 총 252점을 기록하며 경기당 평균 16.8점을 올렸고, 득점 부문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허수봉(현대캐피탈·275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다.
공격 효율 면에서는 더욱 눈부셨다. 공격 성공률 55.84%로 팀 내 외국인 거포 러셀(55.12%)을 제치고 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리시브 효율 36.94%로 전체 6위를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팀의 중심 역할을 맡았다. 대한항공이 개막 이후 10연승을 질주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지석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정지석의 이탈은 곧바로 경기 결과로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지난 25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정지석 부상 이후 첫 경기를 패배로 마쳤다. 경기 내내 공격의 날카로움과 수비 안정감 모두에서 공백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28일 우리카드전에서는 정지석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우며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 경기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발생했다. 정지석을 대신해 제 몫을 해주던 임재영이 부상으로 쓰러진 것이다.
임재영은 3세트 4-6으로 뒤진 상황에서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왼쪽 무릎에 큰 충격을 받았다. 통증을 호소하며 절뚝거리던 그는 김규민의 블로킹 득점으로 5-6이 되자 그대로 코트에 주저앉았고, 결국 들것에 실려 코트를 떠났다.
임재영은 이날 2세트까지 11득점, 공격 성공률 78.57%라는 높은 효율을 기록하며 러셀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고 있었다. 그의 이탈 이후 김선호가 투입됐지만, 대한항공은 결국 3세트를 내주며 경기 흐름에 변화를 겪었다.

경기 후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은 "임재영이 빠진 뒤 선수들에게 '이제부터는 완전히 다른 경기, 대본에 없던 경기가 됐다'고 이야기했다"라며 "나 역시 새로운 전략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부상 정도에 대한 결과는 더욱 뼈아팠다. 구단은 29일 "임재영이 정밀 검사 결과 왼쪽 무릎 반월상 연골판 손상 진단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손상 정도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수술을 받게 될 경우 시즌 아웃이 불가피하다. 추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한 뒤 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대한항공은 전력 재편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헤난 감독 역시 "전반기 선수들이 잘 버텨주며 2위와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라며 "정지석과 임재영을 최대한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이 후반기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위안은 대한항공의 두터운 선수층이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 안정적인 리시브 능력을 갖춘 김선호, 그리고 2003년생 신예 서현호 등 활용 가능한 자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헤난 감독의 조합 선택과 운영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한항공이지만, 격차는 언제든 좁혀질 수 있다. 핵심 선수들의 공백 속에서 대한항공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시즌 중반 선두 싸움의 판도 역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