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최근 "독일인들이 충분히 일하지 않고 있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취지로 잇따라 발언했다가 강력한 정치적 역풍을 맞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메르츠 총리가 속한 중도우파 집권당 기독민주당(CDU)은 독일의 경쟁력을 높이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근로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14일 독일 동부에서 열린 상공회의소 주최 행사 연설에서 "우리 국가 경제의 전체 생산성이 충분히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워라밸(work-life balance)과 주 4일 근무제로는 지금과 같은 우리의 번영 수준을 미래에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 후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는 독일의 병가 시스템과 현황을 정조준했다.
그는 "독일 근로자들은 연간 평균 3주 정도의 병가를 쓰고 있다"며 "이는 유럽연합(EU)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치"라고 했다.
이어 "이게 정말 옳은 일인가. 정말 필요한 일인가"라며 "사람들이 아플 때 병가를 쓰는 대신 일하도록 장려하는 더 나은 인센티브를 만들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4년의 경우 독일인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4.3시간으로 EU 27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적었다. EU 평균 40.3시간 보다 7시간이나 적었다.
폴리티코는 "메르츠는 4600만명에 달하는 독일 노동자들과 정치적으로 위험한 싸움을 시작했다"며 "간단히 말해 그의 메시지는 '너무 게을리 살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메르츠의 "더 열심히, 더 많이" 일하라는 메시지는 지난해 정권 탈환에 성공한 기민당이 정체된 독일 경제를 부활시키려는 노력과 궤를 같이 한다. 메르츠 정권은 시장 친화적인 전략을 통해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전략은 파트타임을 규정한 법률 개정이다.
육아나 학업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파트타임 근무를 법적으로 보장받는 권리를 없애 근로 시간 전반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트타임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법적 권리 없음(No legal right to a part-time lifestyle)이라는 제목의 이 제안은 독일인들에게 꾸짖는 어조로 받아들여지면서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파트타임 근무를 남성보다 훨씬 자주 선택하는 독일 여성들이 특히 타격을 받았다고 느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메르츠와 보수당은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독일 ARD방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기민당의 파트타임 규제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독일인의 31%만이 현 메르츠 정부의 경제 정책이 독일 경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조사 때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폴리티코는 "메르츠 총리의 발언은 일련의 지자체 선거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기민당은 이달 말 개최하는 연례 중앙당 대회에서 근로 시간과 관련된 의제에서 '파트타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기민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극우 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AfD)과 지지율 격차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추격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