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금융리스 등 규제 개선 "특혜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
증손회사 규제·금산분리 완화 검토에 업계 촉각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투자 환경 변화와 자금 조달 구조의 한계를 설명하며, 투자 규제 개선을 둘러싼 논쟁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규제 완화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나 지배구조 변경이 아니라, 급변한 투자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특수목적법인(SPC) 설립과 금융리스 활용 등은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방식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기존 자금 조달 방식으로 한계"
SK하이닉스는 24일 회사 뉴스룸을 통해 반도체 투자 환경 변화와 자금 조달 구조의 한계를 설명하는 장문의 글을 공개했다.
회사는 해당 글에서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특정 기업이나 개별 사안이 아니라 급변한 투자 환경 속에서 첨단산업 투자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SK그룹과 SK하이닉스는 600조원을 투자해 415만㎡ 규모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건설 중이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총 4기의 공장(FAB)이 순차적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향후 물가 상승과 장비 상승을 감안하면 투자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SK하이닉스는 클린룸 1만 평 기준 투자비만 보더라도 지난 2019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 당시 약 7조5000억 원에서 올해 가동을 시작한 청주 M15X에서는 약 20조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반도체 산업 특유의 경기 변동성과 장기 투자 구조도 강조했다. 호황기에는 충분한 현금흐름이 창출되더라도 이후 불황 국면에서는 투자 부담이 단기간에 확대될 수 있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은 커진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선제적이고 연속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자체 자금이나 차입, 증자에만 의존하는 기존 자금 조달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인식이다.
SK하이닉스는 첨단산업 투자 규제 개선을 '지배구조 변경'이나 '특혜'가 아닌 현실적인 투자 해법으로 규정했다. 손자회사가 특정 프로젝트 수행을 목적으로 한 자회사(SPC)를 설립할 경우, 이는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운용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에 투자하기 위한 한시적 구조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금융리스업 예외 적용 등 규제 완화가 금산분리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실질적 사업구조는 SPC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임대하는 것"이라며 "SPC는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운용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않아 금산분리 훼손과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사전 심사 및 승인 절차도 마련돼 있어 공정위와의 충분한 소통을 거쳐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자본과 초기 투자 부담을 분담함으로써 재무 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 차입이나 증자를 대체하는 단일 수단이 아니라 여러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회사 측은 지주회사 체제 기업만 이러한 투자 방식에서 제약을 받는 현 구조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기업들은 SPC를 활용한 프로젝트 투자에 제한이 없어, 제도 개선은 산업 전반의 투자 여건을 맞추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정책 검토 역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공식 논의 과정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AI 수요 확대에 따라 가장 시급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부터 우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부연했다.
글로벌 사례도 제시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프로젝트 단위 투자 구조가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 공장 건설 과정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본 부담과 투자 리스크를 분산한 바 있다. 이는 기술과 운영 주도권은 유지하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안정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지주회사 투자 규제 완화에 '특혜 논란'
앞서 정부는 첨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회사가 적은 지분으로 경제력을 확대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지주회사 체제에서 증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둘 경우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해 외부 자본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데, 이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일반지주회사가 금융리스 회사를 보유하는 길도 열어 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금산 분리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에 일부 변화를 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리스가 허용되면 첨단 산업을 영위하는 지주회사 계열사는 설비·시설을 빌려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같은 조치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앞둔 SK그룹을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