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성장 기여도 반토막…"향후 5년이 절체절명"
한국 기업집단은 제도 산물…성장 막는 규제 다시 봐야
AI 투자, 현 금융·규제로는 감당하기 매우 어렵워
금산분리 논쟁 아니다…새 자본조달 체계 필요
AI 스타트업 키워야 한다…미래 대기업 위한 생태계 재정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과의 일화를 꺼내며 한국 기업 규제 구조의 '태생적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최 회장은 "어렸을 때 아버님께 'SK그룹은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라고 물었더니, 아버님이 '그거 내가 만든 거 아니다'라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룹이라는 형태는 규제에 의해 나라가 만든 것이고, 지금도 많은 기업이 스스로 만든 구조가 아니라 제도가 만든 형태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태생적인 부분부터 새롭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개인적 일화처럼 들리지만, 한국 대기업집단이 시장보다 제도와 규제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현실을 되세기며 한국식 기업 구조의 태생적 한계를 돌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최태원 회장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 인사말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기업 규제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규제 개편과 성장 환경 재정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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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20일 오전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공동 주최로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최진식 중견련 회장,구윤철 경제부총리,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기식 국회 미래연구원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찬우 NH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형희 SK 부회장, 최승훈 삼성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2025.11.20 yym58@newspim.com |
기업성장포럼은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9월 공동 출범한 정례 포럼으로, 이날 행사는 한경협 주관으로 열렸지만 류진 한경협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동행하면서 최 회장이 먼저 발언에 나섰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성장 둔화를 "절체절명의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30년 전 한국 경제성장률은 9.4%였고, 그중 민간이 8.8%를 책임졌다"며 "작년 성장률은 2%에 불과했고, 민간 기여도는 1.5%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기여도가 5년마다 1.2%포인트씩 떨어져 왔다"며 "203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가 성장경로 자체를 상실하는 '구조적 쇠퇴'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최 회장의 분석은 경제성장의 핵심 엔진이었던 민간 부문의 역동성이 제도·규제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약화돼 왔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그는 "한 번 마이너스 성장이 되면 자본이 빠져나가고, 사람들도 더 많은 기회를 찾아 해외로 나간다"며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희망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의 규제 체계가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전체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기업집단 규제와 공정거래법 체계의 고착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성장을 하는 기업을 레코그나이즈(recognize·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기업의 크기를 기준으로 규제가 묶여 있다"고 비판했다. 자산 5조 원 기준의 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2009년 이후 16년째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두고, 중견기업 94개·상호출자제한 기업 343개 규제가 누적됐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성장 기업을 규제의 범주로 끌어들여 확장을 막는 현 프레임이 '성장절벽'을 키우고 있다는 인식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투자 규모를 언급한 대목은 규제 체계의 현실과 미래 투자의 간극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그는 "AI 경쟁은 규모와 속도의 게임"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1000억 달러 단위로 움직이고, 미국은 2조 달러 투자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1기가와트(GW)를 짓는 데 70조 원이 든다"며 "한국이 10기가를 하려면 700조 원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해 현실적 제도 한계를 지적했다. 에너지 인프라까지 포함하면 투자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부분에서 최 회장은 "기업이 금산분리를 풀어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AI 시대의 투자 규모에 맞는 새로운 금융제도와 자본 조달 방식이 필요하며, 기존 규제 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자칫 '금산분리 완화 요구'로 왜곡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투자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 마련을 강하게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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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20일 오전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공동 주최로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최진식 중견련 회장,구윤철 경제부총리,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기식 국회 미래연구원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찬우 NH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형희 SK 부회장, 최승훈 삼성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2025.11.20 yym58@newspim.com |
최 회장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정체 문제도 짚었다. 그는 "과거 벤처 붐 때 유니콘이 많이 나왔지만 그 이후엔 정체"라며 "이제는 AI로 무장된 새로운 기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처 시장의 제한적 규모를 고려하면 AI 스타트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이들이 미래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공정거래법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필요한 것은 살리고,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손을 대야 할 부분은 손봐야 한다"며 "대한민국 성장에 맞는 새로운 규제 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담론을 공유하는 자리이고, 대안은 다음 포럼에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경제계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기업이 성장 단계마다 규제의 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스스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스케일업 하이웨이'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현 구조를 바꾸고, 성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민간의 성장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규모 확장과 혁신 투자를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