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폰 직격탄…부품원가 20~30% 상승
판매가 6.9% 상향…애플·삼성은 상대적 선방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메모리 가격 급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부품원가 부담이 커지며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가 모델이 먼저 타격을 받는 가운데, 가격 인상 여력이 있는 삼성전자나 애플과 같은 일부 업체만 방어에 나서는 흐름이다.
17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품 비용 급등이 수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망은 기존 출하 전망치에서 2.6%포인트 낮춘 결과다. 조정 폭은 아너, 오포, 비보 등 주요 중국 제조사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가격대별 충격은 200달러 이하 저가형이 가장 크다. 황민성 카운터포인트 연구위원은 "현재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200달러 이하 저가형 시장으로, 연초 이후 부품원가(BoM)가 20~30% 상승했다"며 "중·고가 시장 역시 10~15% 수준의 가격 인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D램 가격 급등은 원가를 직접 밀어 올렸다. 카운터포인트는 저가·중가·고가 스마트폰의 부품원가가 각각 약 25%, 15%, 10% 상승한 것으로 파악했다. 내년 2분기까지 부품원가는 추가로 10~15% 더 오를 가능성도 제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솔루션 보고서는 상승 압력이 더 크다고 봤다. 보고서는 메모리 가격이 내년 2분기까지 추가로 40%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이미 높아진 부품원가가 현재 대비 최소 8%에서 최대 15% 이상 더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가 시장은 가격 인상에 한계가 있다. 왕양(Yang Wang) 카운터포인트 애널리스트는 "저가 가격대에서는 스마트폰 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전가가 어려울 경우 제조사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일부를 정리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저가 모델의 출하량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이 누적되며 평균판매가격도 올라갈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비용 전가와 제품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도매 평균판매가격(ASP)을 끌어올리면서, 내년 ASP가 전년 대비 6.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9월에 제시한 ASP 전망치 3.9%에서 상향 조정된 수치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별 대응 여력에도 차이가 난다. 카운터포인트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프리미엄 중심의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며, 수직 계열화가 탄탄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크다고 봤다.
왕양 애널리스트는 "향후 몇 분기 동안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시장점유율과 수익성 사이에서 조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업체들에게는 쉽지 않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중국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업체는 사양 조정으로 부담을 낮추는 흐름도 보인다. 바이성하오(Shenghao Bai) 카운터포인트 애널리스트는 "일부 모델에서는 카메라 모듈과 잠망경(periscope) 솔루션, 디스플레이, 오디오 부품은 물론 메모리 구성까지 사양을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부품을 재활용하거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간소화하고, 소비자들을 더 높은 사양의 '프로' 모델로 유도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해 교체 수요를 자극하는 전략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