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외부 링크 차단도 제한
EU 'DMA' 닮은 일본판 규제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이 구글·애플을 겨냥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SW) 경쟁 촉진법'을 18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스마트폰 운영 체제와 앱 마켓, 브라우저, 검색 시장을 사실상 양분해 온 빅테크를 직접 규제하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일본이 독자적인 '모바일 반독점 규범'을 내놓은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일정 규모 이상의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사업자를 '특정 사업자'로 지정해 앱스토어·OS·브라우저·검색 서비스에 대한 행위 규제를 가하는 스마트폰 SW 경쟁 촉진법을 18일부터 시행한다.
사실상 아이폰을 보유한 애플과 안드로이드·크롬·검색을 쥔 구글을 겨냥한 법으로, 두 회사는 이미 규제 대상 사업자로 지정됐다.
이번 법은 스마트폰 생태계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막는 행위를 폭넓게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일본 정부는 "이용자 선택권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혁신을 촉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법률과 시행 지침은 핵심적으로 네 가지 영역 ▲앱스토어 ▲OS ▲브라우저 ▲검색엔진에서의 경쟁 제한 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다른 기업의 앱스토어 제공을 방해하거나 자사 스토어만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계약·기술적 제한은 위법이 되며, 사실상 '단일 앱스토어 체제'를 강제할 수 없게 된다.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나 앱을 우선 노출하는 '셀프 프리퍼런싱'도 금지된다. 예를 들어 검색창에 특정 서비스를 입력했을 때 자사 앱·서비스만 상단에 집중 배치하거나, 경쟁 앱을 의도적으로 뒤로 미루는 행위가 규제 대상이다.
인앱결제 강제와 외부 결제 차단 역시 규제의 핵심 축이다. 특정 결제 방식만 허용하거나, 제3자 결제 시스템을 금지하고, 앱 안에서 외부 결제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막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앱 개발사들은 플랫폼사가 부과하는 30% 안팎의 수수료 대신 외부 결제나 자체 결제를 도입할 수 있는 선택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법 시행과 함께 실질 수수료 수준이 10%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비자가 처음 스마트폰을 켤 때부터 선택화가 강화되는 점도 눈에 띈다. 법은 초기 설정 화면에서 브라우저와 검색엔진을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절차를 의무화해, 사파리·크롬·구글 검색 등 특정 서비스의 자동 지정보다 이용자 선택을 앞세우도록 했다.
iOS에서는 그동안 엔진(렌더링)을 자사 '웹키트(WebKit)'로만 제한했던 구조도 도마에 올랐다. 시행 지침은 OS 사업자가 타사 브라우저의 기능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못하도록 명시해, 일본 시장에서는 '완전한 타사 브라우저' 등장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 위반 시 매출의 최대 20% 과징금
제재 수단은 행정조치에 그치지 않는다. 공정위는 위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시정명령과 함께 일본 내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정 사업자는 또한 데이터 수집·이용 조건과 알고리즘 운용 원칙 등을 포함한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공정위는 보고서를 통해 법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EU가 소위 '게이트키퍼' 플랫폼에 대해 앱 사이드로딩 허용, 외부 결제 허용, 셀프 프리퍼런싱 금지 등을 요구한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글로벌 빅테크의 사업 관행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일본은 자국 시장에 특화된 가이드라인을 통해, 안전·보안 우려를 이유로 한 우회·회피 시도를 차단하는 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플랫폼이 '보안'을 명분으로 제약을 유지할 경우, 공정위가 실제 위험과 제한의 비례성을 검증하는 구조다.
일본 개발사들은 인앱결제 의무에서 한 걸음 벗어나면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히 게임·콘텐츠·구독 서비스 업체들이 수수료 인하 또는 외부 결제 도입을 통해 가격 인하, 프로모션 확대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반 이용자들도 초기 설정 단계에서 브라우저·검색을 직접 고르는 경험을 하게 되고, 경쟁 앱스토어·브라우저를 보다 쉽게 설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애플·구글이 보안·사용 편의성을 명분으로 새로운 제한을 설계할 경우, 실제 체감 변화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