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재편·체질 개선 주도...스페셜티 중심 회사 전환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롯데그룹은 연말 정기 인사에서 전체 최고경영자(CEO)의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을 교체하는 고강도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에 이은 '인사 태풍'이었다. 그 인사 태풍에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는 살아남았다. 실적 부진에 전임 이훈기 대표가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말 취임한 이영준 대표는 현재 롯데케미칼의 사업 재편 및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한때 롯데그룹 효자 계열사였던 롯데케미칼은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며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를 불러오기까지 했다. 당장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적자상태를 흑자로 돌리는 것이 급선무로 꼽힌다.
1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석유화학 업황 부진 여파로 지난 2023년 4분기 이후 올해 3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4분기 역시 1000억~2000억원 내외의 적자가 예상된다. 당초 증권가에선 올해 4분기 흑자전환을 점치기도 했지만, 업황 회복 지연에다 미국발 관세전쟁까지 겹치며 흑자전환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영준 대표는 최근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HD현대케미칼과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폐합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8월 시작된 국내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의 첫 번째 사업재편 사례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을 물적 분할하고 해당 분할회사가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구조로, 이를 통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의 합리화 및 일원화된 생산 운영체제가 구축될 예정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NCC 생산능력은 연 110만톤(t), HD현대케미칼이 85만t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이영준 대표 취임 전인 지난 2023년부터 비주력 해외 공장 매각 및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레조낙 지분 4.9%를 2750억원에 매각했다. 또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지분 49% 중 25%에 대해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어 6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법인 지분 40%를 활용해 확보한 6600억원을 더해 총 1조 300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파키스탄(LCPL) 지분 75.01%에 대한 매각 거래를 완료했다. 총 매각대금은 980억원이며,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수취 완료한 3개년 배당금 296억원을 포함해 총 1276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같은 현금 확보 등을 통해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고부가 스페셜티 비중을 매출의 60%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초소재 범용제품 비중은 운영 효율 극대화를 통해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직전 에틸렌 업황이 호황일때 롯데케미칼은 1년에 1조원씩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중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으로 그런 호시절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범용제품 비중은 줄이고 스페셜티 제품으로 사업 재편을 빠르게 해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