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486경기 276홈런 기록···2018년은 MVP·홈런왕·타점왕까지 등극
최근 부진에도 홈·원정 성적 극명···잠실 벗어나 타자 친화 구장 이적 결심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지난 시즌 '홈런 공장' 별명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SSG가 김재환을 영입하며 다음 시즌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SSG는 지난 5일 베테랑 좌타 거포 김재환을 2년 최대 22억원 조건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에서 보류선수 제외로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뒤 시장에 나온 김재환이 새로운 둥지로 SSG를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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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환이 두산을 떠나 SSG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 = SSG] |
SSG가 김재환에게 손을 내민 배경은 명확하다. 팀은 한때 '홈런 공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리그에서 가장 폭발적인 장타 라인업을 구축했지만, 올 시즌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25시즌 팀 타율 0.256 8위, 팀 홈런 127개 5위, 팀 장타율 0.376 7위, 팀 OPS(출루율+장타율) 0.706으로 8위에 머물렀다.
특히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최정이 나란히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하면서 중심 타선의 무게감은 급격히 떨어졌다. 팀 마운드가 리그 정상급 수준의 성적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힘이 실리지 않은 타선 때문에 결국 상위권 경쟁에서 밀렸고 가을야구에서도 삼성에 덜미를 잡혔다.
그런 SSG가 새 시즌에 맞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타선 강화', 그중에서도 장타 자원 보강이었다. 이 지점에서 김재환의 존재는 완벽한 수요 공급이 맞아떨어진 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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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환이 두산을 떠나 SSG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 = SSG] |
김재환은 두산에서만 18년을 보낸 프랜차이즈에 가까운 선수다. 1486경기 타율 0.281, 276홈런, 982타점을 기록하며 KBO 대표 좌타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성기였던 2016~2018년 3년 동안은 KBO 최초의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 3년 연속 달성을 이루는 등 무시무시한 타격 포스를 보여줬다. 2018년에는 무려 타율 0.334 176안타 44홈런 133타점 10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61을 기록하며 KBO 최우수선수(MVP), 홈런왕과 타점왕에 등극했다.
물론 올해 성적만 보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2025시즌 김재환은 타율 0.241, OPS 0.758, 홈런 13개로 평범한 수치에 그쳤다. 그러나 그의 홈구장이 잠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가가 달라진다. 실제로 김재환은 홈·원정 성적 편차가 극명했다.
올해는 홈에서 54경기 타율 0.217 3홈런 21타점 OPS 0.680으로 부진했지만, 원정 49경기서 타율 0.264 10홈런 29타점 OPS 0.830으로 제 몫을 했다. 지난해 역시 홈 65경기 타율 0.244 10홈런 33타점 OPS 0.766에 비해 원정 71경기 타율 0.316 19홈런 59타점 OPS 1.002로 원정 성적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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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두산 베어스 김재환. [사진=두산 베어스] 2025.09.04 thswlgh50@newspim.com |
김재환은 SSG가 홈경기장으로 쓰고 있는 인천에서도 통산 81경기 나와 80안타 24홈런 59타점 49득점 타율 0.288 장타율 0.594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3년은 OPS 0.802였다. SSG도 SSG랜더스파크를 홈구장으로 쓴다면 김재환의 홈런 능력이 더 향상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재환 영입 발표 후 SSG는 "김재환은 2025시즌 트래킹 데이터 기준 강한타구 비율 39.3%, 배럴(이상적 타구) 비율은 10.5%로 구단 내 2위 수준을 기록해 최정과 외국인 선수에 이어 중심 타선에서 장타 생산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세부 계약 조건과 팀 야수 운영 방향성을 신중히 조율했고 김재환도 새로운 환경인 인천에서의 재기를 희망하면서 영입이 최종 완료됐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환의 합류로 SSG의 중심타선 구성은 한층 더 파괴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 팀의 핵심 장타 자원들을 합치면 그야말로 '홈런 왕국'이다. 최정(518홈런)-김재환(276홈런)-한유섬(212홈런)이 클린업트리오로 묶이면 총합 997홈런이다. 여기에 시즌당 15홈런은 뽑아줄 수 있는 에레디아와 고명준이 배치된다면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는 쉬어갈 타순이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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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두산의 거포 김재환. [사진 = 두산] 2025.07.06 wcn05002@newspim.com |
다만, 수비 포지션에서 고민이 없지는 않다. 김재환은 좌익수 수비가 가능하지만 수비력과 기동력 문제 때문에 지명타자 활용이 유력하다. 문제는 팀 내 고령화된 중심 타자들이 지명타자 역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김재환이 외야에 나가면 에레디아의 활용이 애매해지고, 반대로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고정되면 최정·한유섬의 체력 관리와 병행해야 한다. SSG가 2026시즌 들어 확실한 운영 플랜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김재환 입단 발표 직후 SSG는 "팀 야수 구성 전략과 김재환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다"라며 "김재환 역시 인천에서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라고 밝혔다. 프로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팀을 옮기며, 김재환은 자신의 '두 번째 전성기'를 만들 기회를 잡았다.
김재환이 본래의 장타력을 되찾는다면 SSG는 다시 우승 경쟁 팀으로 도약할 수 있다. 구단이 옵션으로 6억원을 설정해 동기부여 장치를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SG는 타선 약점을 보완할 확실한 카드를 얻었고, 김재환은 새로운 구장에서 재기할 기회를 얻었다. 여전히 전성기 시절의 무시무시한 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인천이라는 무대를 얻은 이상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