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부동산 정책

속보

더보기

[르포] 급발진·사각지대 예방 '실전처럼'...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가보니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찾았더니
AI 경고, 사각지대 감지, AEBS 충돌 테스트까지
"기술이 '만능'은 아니지만…사고 최소화 가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보세요. 차량이 스스로 속도를 줄입니다. 고령 운전자분들이라면 실제 상황을 가정해 한 번 '실수'를 체험해보는 과정입니다."(최재혁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수)

4일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페달오조작 장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영희 기자]

◆ 고령 운전자 실수 '원천 차단'…사각지대 보여주기도

지난 4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TS)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페달오조작 실험 차량에 탑승했다. 출발하라는 지시에 따라 4500 RPM을 목표로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평소 경험하기 힘든 빠른 속도에 차체가 덜컹거렸다. 긴장감으로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예상했던 돌진은 일어나지 않는다. 페달오조작 방지장치가 개입해 급가속을 막아낸 덕분이다.

시속 15㎞ 이하에서 악셀을 빠르게 세게 밟으면 해당 신호를 차로 보내지 않는 방식이다. 후진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운전자의 휴대폰과 연동해 급가속 시도 건수, 작동 위치·횟수 등을 수집하는 기능도 담겼다. 제작사는 현재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받아 사업용 차량을 중심으로 장치를 공급 중이다.

공단은 올해 페달오조작 방지장치 시범사업을 3단계로 추진한다. 영동·서천 등에서 1차로 141대를 장착했고, 2차에서는 고위험 법인택시에 374대를 설치했다. 3차에서는 서울 등 7개 특·광역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대상 730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1차 대상자 141명을 3개월간 분석한 결과 급가속 시도 71회가 모두 차단됐다.

이처럼 페달오조작 방지장치를 상용화하려는 배경에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있다. 고령 운전자 비율은 2021년 11.9%에서 올해 14.9%로 늘었고, 같은 기간 고령 운전자 사망사고는 709명에서 761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6월 UN(국제연합) 자동차국제기준이 발효되면서 한국도 이를 반영한 안전기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승용차는 2029년 1월 1일, 3.5톤(t) 이하 승합·화물·특수차는 2030년 1월 1일부터 페달오조작 방지장치를 의무 장착해야 한다.

버스 우회전 사각지대로 인한 사고를 시연한 모습. 사각지대 감지장치 장착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정영희 기자]

이후 AI 기반 안전알림 시스템 체험을 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운전석 상단 모니터에는 졸음운전·흡연·휴대폰 사용 등 운전자 위험행동과 신호위반·불법유턴 등 법규위반 항목, 전방추돌·보행자충돌·차선이탈·과속 등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경보가 실시간으로 떴다. 강한 햇빛에 운전자가 표정을 찡그리자 시스템에서 "졸음 운전을 하지 말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눈 감는 모습을 인식해 경고를 건넨 셈이다. 

공단은 지난해 고위험 노선버스 회사 13곳, 500대에 이 장치를 장착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사고율이 전년 대비 55.5% 감소했고 교통사고 건수, 중상·경상자 수 모두 두 자릿수 비율로 줄었다. 운전자 안전운전 점수도 50.9점에서 76.9점으로 상승했다.

사각지대 감지장치는 차량 전면·측후방 카메라가 보행자나 차량 접근을 감지하면 경고음을 울리는 구조다. 탑승한 버스는 우회전 교육 코스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고 예시를 보여주겠다며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아동 크기의 마네킹이 갑작스레 버스 뒷바퀴 쪽으로 등장했지만 차량 내 어떤 거울에도 이 모습이 비치지 않아 마네킹이 뒷바퀴로 말려들어갔다. 실험인 걸 알고 있어도 확인한 결과는 처참했다. 

문수정 교육센터 교수는 "버스가 우회전할 때는 운전석에서 먼 쪽이라 거리감이 떨어지고 회전 반경도 크기에 좌회전 대비 사고가 훨씬 자주 일어난다"며 "결국 센서는 보조장치이고 운전자의 주의 깊은 운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전경. [사진=정영희 기자]

마지막으로 차량에 올라 반응속도 테스트(PRT)를 진행했다. 돌발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측하는 방식이다. 정상적으로 주행하다 차량 내 화면에서 돌발 상황이라는 알림이 뜨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처음엔 약 1.5초의 비교적 느린 반응속도를 기록했다.

심기일전한 다음 시도에선 1.0초 남짓으로 기록을 줄였다. 운전자 평균은 1.1초 정도라고 했다. 피로나 전날 음주 여부, 집중력 저하 등으로 시간은 쉽게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속 40㎞ 주행 기준 1초는 약 10m 이동 거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작은 반응속도 차이가 충돌 여부를 결정한다.

TS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사람이 운전하는 한 실수는 발생하는데, 그 실수를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기술의 역할"이라며 "현재 화성 센터에 구현된 장치의 사고 예방 효과는 일부 입증됐으며, 기술에 따라 의무화가 시작되면 체험장에서의 장면들이 실제 도로 위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술 과신 금물… 운전자 스스로 안전수칙 준수해야"

시속 60km로 주행하는 차량이 어린이 더미를 충돌했다. 자동제동장치(AEBS)가 장착됐으나 특정 속도 이상으로 속력을 내면 장치가 작동해도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정영희 기자]

다음날엔 자동제동장치(AEBS)와 전방추돌경고 작동 과정 시연을 볼 수 있었다. 시속 60km로 주행하던 차량이 어린이 보행자 더미와 마주하는 가혹한 조건의 실험이다. AEBS를 장착한 SUV가 멀리서부터 속도를 내며 다가오자 사각지대에 가려져 있던 어린이 보행자 더미가 도로 한가운데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이 더미를 인식해 제동을 걸었지만 마지막 순간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모형이었지만 더미의 팔다리가 공중으로 흩어지는 장면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최근 ADAS 보급 확대와 함께 과도한 신뢰로 인한 사고가 늘고 있는 만큼, 운전자가 언제나 전방 주시와 기본 조작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차량 운전은 사람이 아닌 드라이빙 로봇이 맡아 시험 속도를 정밀하게 유지하고, 시험자는 안전 규정상 탑승해 세이프티 장치를 직접 작동해야 한다. AEBS는 저속에서는 회피가 가능하지만 고속에서는 감속 중심으로 기능한다. 대부분의 차량이 동일한 경향을 보인다.

차량 내부에서 자동제동장치(AEBS)가 작동하는 모습 [사진=정영희 기자]

시속 60km의 속도에서는 물리적으로 완전 회피가 어렵다. 빗길, 눈길이다 노면 절반이 미끄러운 스플릿 상태에서도 모든 차량이 충돌했다. 연구원 별도 실험 결과 도로 가장자리를 일부 침범한 주차 차량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 사고로 45도 비틀린 차량 등을 인지하고 감속하지 못한 차량이 더러 있었다.

김학선 연구원 자율주행연구처 책임연구은 "첨단안전장치는 운전자를 보조하는 장치일 뿐 모든 환경에서 완벽한 대응은 불가능하다"며 "자율주행으로 오인한 과신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내 차량 안전의 최종 검증기관인 TS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이 같은 자율주행 안전기준 연구부터 자동차 제작결함 조사, 리콜 기술조사 등 폭넓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충돌안전성 ▲보행자 안전성 ▲사고예방 안전성 ▲전기차 화재안전 등 4개 분야에서 안전도평가(KNCAP)를 수행한다. UN 산하 자동차안전기구(WP.29) 논의에 참여해 국제 기준의 제·개정과 국내 기준 반영도 맡고 있다.

자율차 시대를 대비한 준비도 핵심 업무다. 2019년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차 안전기준을 제정했고, 자율차 상용화를 위해 임시운행허가 차량 약 500대를 상시 관리하며 사고조사 체계를 운영한다. TS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실증 규모를 점진적으로 넓혀 자율주행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사진
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