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찾았더니
AI 경고, 사각지대 감지, AEBS 충돌 테스트까지
"기술이 '만능'은 아니지만…사고 최소화 가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보세요. 차량이 스스로 속도를 줄입니다. 고령 운전자분들이라면 실제 상황을 가정해 한 번 '실수'를 체험해보는 과정입니다."(최재혁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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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페달오조작 장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영희 기자] |
◆ 고령 운전자 실수 '원천 차단'…사각지대 보여주기도
지난 4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TS)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페달오조작 실험 차량에 탑승했다. 출발하라는 지시에 따라 4500 RPM을 목표로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평소 경험하기 힘든 빠른 속도에 차체가 덜컹거렸다. 긴장감으로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예상했던 돌진은 일어나지 않는다. 페달오조작 방지장치가 개입해 급가속을 막아낸 덕분이다.
시속 15㎞ 이하에서 악셀을 빠르게 세게 밟으면 해당 신호를 차로 보내지 않는 방식이다. 후진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운전자의 휴대폰과 연동해 급가속 시도 건수, 작동 위치·횟수 등을 수집하는 기능도 담겼다. 제작사는 현재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받아 사업용 차량을 중심으로 장치를 공급 중이다.
공단은 올해 페달오조작 방지장치 시범사업을 3단계로 추진한다. 영동·서천 등에서 1차로 141대를 장착했고, 2차에서는 고위험 법인택시에 374대를 설치했다. 3차에서는 서울 등 7개 특·광역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대상 730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1차 대상자 141명을 3개월간 분석한 결과 급가속 시도 71회가 모두 차단됐다.
이처럼 페달오조작 방지장치를 상용화하려는 배경에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있다. 고령 운전자 비율은 2021년 11.9%에서 올해 14.9%로 늘었고, 같은 기간 고령 운전자 사망사고는 709명에서 761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6월 UN(국제연합) 자동차국제기준이 발효되면서 한국도 이를 반영한 안전기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승용차는 2029년 1월 1일, 3.5톤(t) 이하 승합·화물·특수차는 2030년 1월 1일부터 페달오조작 방지장치를 의무 장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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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우회전 사각지대로 인한 사고를 시연한 모습. 사각지대 감지장치 장착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정영희 기자] |
이후 AI 기반 안전알림 시스템 체험을 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운전석 상단 모니터에는 졸음운전·흡연·휴대폰 사용 등 운전자 위험행동과 신호위반·불법유턴 등 법규위반 항목, 전방추돌·보행자충돌·차선이탈·과속 등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경보가 실시간으로 떴다. 강한 햇빛에 운전자가 표정을 찡그리자 시스템에서 "졸음 운전을 하지 말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눈 감는 모습을 인식해 경고를 건넨 셈이다.
공단은 지난해 고위험 노선버스 회사 13곳, 500대에 이 장치를 장착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사고율이 전년 대비 55.5% 감소했고 교통사고 건수, 중상·경상자 수 모두 두 자릿수 비율로 줄었다. 운전자 안전운전 점수도 50.9점에서 76.9점으로 상승했다.
사각지대 감지장치는 차량 전면·측후방 카메라가 보행자나 차량 접근을 감지하면 경고음을 울리는 구조다. 탑승한 버스는 우회전 교육 코스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고 예시를 보여주겠다며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아동 크기의 마네킹이 갑작스레 버스 뒷바퀴 쪽으로 등장했지만 차량 내 어떤 거울에도 이 모습이 비치지 않아 마네킹이 뒷바퀴로 말려들어갔다. 실험인 걸 알고 있어도 확인한 결과는 처참했다.
문수정 교육센터 교수는 "버스가 우회전할 때는 운전석에서 먼 쪽이라 거리감이 떨어지고 회전 반경도 크기에 좌회전 대비 사고가 훨씬 자주 일어난다"며 "결국 센서는 보조장치이고 운전자의 주의 깊은 운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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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전경. [사진=정영희 기자] |
마지막으로 차량에 올라 반응속도 테스트(PRT)를 진행했다. 돌발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측하는 방식이다. 정상적으로 주행하다 차량 내 화면에서 돌발 상황이라는 알림이 뜨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처음엔 약 1.5초의 비교적 느린 반응속도를 기록했다.
심기일전한 다음 시도에선 1.0초 남짓으로 기록을 줄였다. 운전자 평균은 1.1초 정도라고 했다. 피로나 전날 음주 여부, 집중력 저하 등으로 시간은 쉽게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속 40㎞ 주행 기준 1초는 약 10m 이동 거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작은 반응속도 차이가 충돌 여부를 결정한다.
TS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사람이 운전하는 한 실수는 발생하는데, 그 실수를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기술의 역할"이라며 "현재 화성 센터에 구현된 장치의 사고 예방 효과는 일부 입증됐으며, 기술에 따라 의무화가 시작되면 체험장에서의 장면들이 실제 도로 위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술 과신 금물… 운전자 스스로 안전수칙 준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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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속 60km로 주행하는 차량이 어린이 더미를 충돌했다. 자동제동장치(AEBS)가 장착됐으나 특정 속도 이상으로 속력을 내면 장치가 작동해도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정영희 기자] |
다음날엔 자동제동장치(AEBS)와 전방추돌경고 작동 과정 시연을 볼 수 있었다. 시속 60km로 주행하던 차량이 어린이 보행자 더미와 마주하는 가혹한 조건의 실험이다. AEBS를 장착한 SUV가 멀리서부터 속도를 내며 다가오자 사각지대에 가려져 있던 어린이 보행자 더미가 도로 한가운데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이 더미를 인식해 제동을 걸었지만 마지막 순간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모형이었지만 더미의 팔다리가 공중으로 흩어지는 장면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최근 ADAS 보급 확대와 함께 과도한 신뢰로 인한 사고가 늘고 있는 만큼, 운전자가 언제나 전방 주시와 기본 조작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차량 운전은 사람이 아닌 드라이빙 로봇이 맡아 시험 속도를 정밀하게 유지하고, 시험자는 안전 규정상 탑승해 세이프티 장치를 직접 작동해야 한다. AEBS는 저속에서는 회피가 가능하지만 고속에서는 감속 중심으로 기능한다. 대부분의 차량이 동일한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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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 내부에서 자동제동장치(AEBS)가 작동하는 모습 [사진=정영희 기자] |
시속 60km의 속도에서는 물리적으로 완전 회피가 어렵다. 빗길, 눈길이다 노면 절반이 미끄러운 스플릿 상태에서도 모든 차량이 충돌했다. 연구원 별도 실험 결과 도로 가장자리를 일부 침범한 주차 차량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 사고로 45도 비틀린 차량 등을 인지하고 감속하지 못한 차량이 더러 있었다.
김학선 연구원 자율주행연구처 책임연구은 "첨단안전장치는 운전자를 보조하는 장치일 뿐 모든 환경에서 완벽한 대응은 불가능하다"며 "자율주행으로 오인한 과신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내 차량 안전의 최종 검증기관인 TS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이 같은 자율주행 안전기준 연구부터 자동차 제작결함 조사, 리콜 기술조사 등 폭넓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충돌안전성 ▲보행자 안전성 ▲사고예방 안전성 ▲전기차 화재안전 등 4개 분야에서 안전도평가(KNCAP)를 수행한다. UN 산하 자동차안전기구(WP.29) 논의에 참여해 국제 기준의 제·개정과 국내 기준 반영도 맡고 있다.
자율차 시대를 대비한 준비도 핵심 업무다. 2019년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차 안전기준을 제정했고, 자율차 상용화를 위해 임시운행허가 차량 약 500대를 상시 관리하며 사고조사 체계를 운영한다. TS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실증 규모를 점진적으로 넓혀 자율주행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