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합의-전반적 달러 강세에 'AI 버블론'까지 겹친 환율 상승세
"달러=1500원 돌파하면 물가 상승, 은행 자기자본 비율 하락 등 치명적"
[서울=뉴스핌] 온종훈 선임기자 = 국내외 증시 조정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장중 7개월 만에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 한국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5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중 한때 1449.5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려 갔지만 전일보다 5원~6원 정도 오른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4월 11일(1457.2원) 이후 가장 높았으며 이날 새벽 2시 야간 거래를 이미 1440.6원으로 마친 상태이여서 달러/원 환율의 상승이 심상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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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5일 오전 코스피가 전장 종가보다 228.01 포인트(5.53%) 하락하며 3893.73으로, 코스닥은 49.29포인트(5.32%) 하락한 877.28로 거래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10.90원 상승한 1448.80원을 기록하고 있다. 2025.11.05 yym58@newspim.com |
전문가들은 이번 주 들어 달러/원 환율이 다시 상승하게 된 직접적 이유는 국내외 증시가 가파른 조정을 겪는 과정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장 시작과 함께 1조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시장 참가자들은 "국내 증시 조정과 외국인 자금 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지며 원화를 저 평가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주된 환율 상승 이유다"며 "한은 등 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동시에 있기 때문에 환율은 당분간 1440원 선에서 둔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적정 환율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서는 한은 입장에서는 환율의 고공 행진은 이래저래 부담이다. 가뜩이나 10월 소비자물가가 15개월 만에 최고인 2.4%까지 올랐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커졌다.
한은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시장개입의 조건을 "환율의 절대적 수준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변동성(속도)이 주목한다"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우려하는 수준을 달러당 1500원선으로 보고 현재 시점에서 개입에 나서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공지능(AI) 테마 주식의 과대평가 우려 속에 미국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대폭 상승한 국내 대형주에서 대거 차익실현 물량을 쏟아낸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오후 2시 코스피 시장에서 현재 전일보다 많은 2조28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중이었으며 전날까지 매수 우위였던 코스닥 시장에서도 6000억원 가까운 순매도를 하고 있다.
여기다 한미간의 합의된 연간 200억 달러, 총 2000억 달러의 대미 현금 투자 부담도 구조적인 환율 상승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부 발표대로 외화자산 운용수익의 상당 부문이 대미투자에 쓰일 경우 원화가치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다 최근 달러 강세는 우리나라 뿐 아닌 세계적 현상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밤 글로벌 증시조정과 함께 지난 8월 1일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하가 불확실해지면서 달러 인덱스가 추가적으로 2% 정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 출신 한 경제학자는 "환율 상승은 은행이 조달한 외화위험가중자산(채권 등 증권형태)의 분모를 키워 자기자본비율을 낮출 수 있다"며 "달러당 1500원선이 넘어가면 국내 은행의 외화대출 여력 축소 등 뱅킹시스템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한은 입장에서는 한미무역협상, 달러강세 흐름 등에도 자본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등이 겹치면서 나타난 이번 환율 사태를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ojh11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