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조롱 멈추고 범죄자 처벌해야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로맨스스캠이나 몸캠피싱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중적이다. 금전적 피해는 물론, 피해 사실을 밝히는 순간 쏟아지는 사회적 조롱과 지탄까지 감내해야 한다. "어떻게 그런 수법에 속아 넘어가느냐"는 비난 앞에서 피해자들은 입을 다문다.
수치심 역시 신고를 가로막는다. 피해자는 침묵하고 범죄가 재양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취재 중 만난 한 수사당국 관계자는 기자에게 "당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 아니냐"는 말을 했다. 현장조차 피해자에 대한 인식이 이러한 것이다. '사빠죄아(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요)'라는 신조어는 이들 범죄 피해자를 위한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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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부 조승진 기자 |
로맨스스캠이나 몸캠피싱 범죄 피해는 치밀하게 설계된 범죄의 결과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가 드러나며 알려졌듯 이 같은 범행은 주로 해외에서 조직 단위로 이뤄진다. 해외 범죄 조직은 범행을 체계화하며 피해 규모를 늘린다. 피해자와의 대화 내용을 학습해 피해자의 심리를 조종하는 방법을 익히고 가짜 프로필, SNS, 투자 사이트까지 완벽하게 준비한다.
범죄 수법이 점차 교묘해져 과거 수법을 알고 있는 피해자들도 속아 넘어갔다. 이 같은 상황은 급격히 증가한 범죄 규모로 확인할 수 있다. 로맨스 스캠 범죄 피해 금액은 벌써 지난해에 비해 절반가량 늘었다. 몸캠피싱 피해 신고는 7년 새 2배가 증가했다.
피해자의 침묵은 수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신고가 줄어들면 범죄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수사 자원도 제대로 투입되지 못한다. 설령 신고가 들어와도 한계가 있다. 한 경찰은 "영화 <범죄도시> '마동석'처럼 잡아달라고 하는데 한국 경찰은 외국에 나가면 그냥 민간인이다. 현지에서 잡혀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상황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범죄 조직은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일대와 아프리카, 중국 등지에서 범행을 이어간다. 피해자의 침묵과 수사의 한계라는 이중 방패 뒤에서 범죄자들은 범행을 지속한다.
사랑에 빠지거나 상대를 믿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 약점이 아니다. 죄는 그 감정과 신뢰를 악용한 범죄자에게 있다. 피해자를 향한 조롱은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이다. 피해자를 향한 비난을 멈추고, 그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수사당국은 국제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수사 역량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금융·통신 분야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범죄 조직의 자금줄을 끊어야 한다. 신뢰를 조작하고 감정을 착취한 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chogiz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