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번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기술보다 타이밍이 더 눈에 띄었다. 발사 직후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쏠 만한 타이밍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기 전 늘 정치적 파급을 계산한다.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시점, 그 미묘한 간격이 바로 메시지였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도발로 국제회의를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 관심끌기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은 주요 정상회의나 다자협의체 직전에 미사일을 발사해왔다.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정작 회의 직전에는 피하는 절묘한 간격을 유지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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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정치부 기자 |
정부 대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대통령실은 군과 함께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되, 불필요한 경고성 언급은 자제했다. 내부적으로는 '과잉 대응은 오히려 북한이 원하는 그림'이라는 판단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같은 절제된 대응이 단기적으로는 긴장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반복될 경우 '반응 패턴'으로 굳어질 우려도 있다.
이번 발사는 당 창건일 열병식 이후 12일 만의 도발이다. 새 무기체계 시험인지, 기존 무기 점검인지는 노동신문에서 드러날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긴장완화 조치에도 도발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는 침착하게 대응했지만, 그만큼 북한 의도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장기적 대응 프레임을 새로 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미사일의 궤적보다 중요한 건, 그 궤적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 우리의 대응이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