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 '업계 경쟁자' 쿠쿠 대비 3분의 1 수준
업계 관계자 "신사업 리스크 줄이려고 OEM 도입"
상반기 선풍기 비중 0.9% 올라..."강력 조치 필요"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신일전자가 기존 선풍기 판매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종합 가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투자여력 및 업황 악화 등으로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매출에서 선풍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높아졌으며, 연구개발비를 감축하면서 신규 사업에 대한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 연구개발비 전년 比 65% 급감...OEM 방식에 만족한 신일전자?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일전자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19억9000만원으로, 전년(58억3000만원) 대비 65.86%(38억4000만원) 줄였다. 최근 4년 치 평균(33억8750만원)과 비교해 봐도 41.25%(13억9750만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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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전자는 동종 업계 내에서도 연구개발비가 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쿠쿠홈시스는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에 31억6900만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전체 매출액 중 0.56%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더라도 62억9600만원으로 기록하며, 신일전자보다 3배 많았다.
위닉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중 1.55%를 연구개발비용에 투자했다. 지난해 수치는 2.59%까지 늘어나는데, 신일전자가 전체 매출액 중 0.3%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과 대조된다.
연구개발 조직 규모를 봐도 신일전자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신일전자가 상품개발사업부 내 디자인팀·상품기획1팀·상품기획2팀·제품개발팀 등 4개팀을 배치한 것과 달리 위닉스는 R&D(연구개발)본부 산하에 총 7개팀(개발1팀, 개발2팀, 개발3팀, 개발4팀, 성능개발팀, 회로개발팀, 기술지원팀)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일전자가 연구개발에 인색한 것은 신사업 진출에 대한 경영 기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일전자는 지난달 음식물처리기 'SFW-55OSG'를 출시했으며, 연내 겨울가전인 '에코 팬 큐브 히터'와 욕실용 온풍기 등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신일전자는 신규사업에 대해 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도입 제품의 판매실적 추이를 검토하고 일정 규모 이상 판매가 가능한 제품에 대해 자체 제조를 검토하는 방식을 택했다. 신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기업들은 대개 OEM 방식으로 먼저 제품을 도입한다. 신일전자도 생활가전업계 내 쿠쿠, 앳홈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으므로 연구개발비를 줄이려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있기 때문에 신일전자 입장에서는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더구나 연구개발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데다 초기에 많은 연구비와 인력이 투입되므로, OEM 방식을 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여전히 요원한 사업 다각화...독자적 기술 개발만이 살길
일각에서는 신일전자가 연구개발에 인색한 탓에 사업다각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지난 상반기 신일전자 매출액 중 선풍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75.8%였다. 이는 지난해(51%) 대비 14.8% 증가한 수치다. 선풍기가 여름용 가전임을 감안해서 전년도 상반기(74.9%)와 비교하더라도, 0.9%p 가량 올랐다.
업계에서는 OEM 방식에만 치중하면 자체 기술력과 개발 역량이 약화해 사업 다각화에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신일전자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일전자처럼 매출이 선풍기라는 단일 품목에 집중된 기업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유일한 방법은 독자적 기술 개발"이라며 "이 부분을 포기한다면 결국 가격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체 기술력과 개발 역량을 키우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