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제보자·제보 입수 경위·추가 증거 제시 안해
'4인 회동설' 의혹 시기·장소 모호…당사자 반박 듣기 어려워
민주 "회동설 아닌 대선개입 의혹 규명이 청문회 본질"
[서울=뉴스핌] 한태희 배정원 기자 = 전언의 전언에 기댄 '조희대 없는 청문회'가 열린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회동해 '6·3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밝히겠다고 나섰으나 회동을 목격한 사람 발언이나 추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실체가 모호한 '의혹' 규명만을 외치는 상황이다.
30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가 열린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증인이 모두 불출석해 '맹탕 청문회'가 예상됐는데도 청문회를 강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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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의 불출석이 예고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 청문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2025.09.30 jeongwon1026@newspim.com |
이번 청문회 목적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의 4인 회동을 했는지 밝히는 데 맞춰져 있다. 청문회 실시계획서에는 '대법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자 재판과 관련해 절차적·법리적 규정을 위반한 불합리한 판결을 선고하고 한덕수 등과의 4인 회동을 통해 사전 모의한 정황까지 드러나는 등 사법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이유가 명시돼 있다.
◆ 의혹 제기는 누구?…회동 정황 제시 못하니 당사자 반박·해명 듣기 어려
이른바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2일 법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조 대법원장이 대선 전 대법원으로 이재명 사건이 올라오면 꼭 먼저 처리하겠다고 윤석열에게 이야기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5월 10일 유튜브 열린공감TV는 '4인 회동'을 폭로했다. 열린공감TV는 "4월 4일 윤석열 탄핵 선고 끝나고 10일인가 15일인가 조희대, 정상명(전 검찰총장), 김충식(김건희 모친 최은순씨 측근), 한덕수 4명이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는 거지. 조희대가 '이재명 사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대"라는 제보자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서 의원은 같은 달 14일 해당 녹취록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틀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잠잠해진 듯한 의혹은 9월 16일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다시 꺼내들며 재점화됐다.
부 의원은 '4인 회동'의 날짜를 4월 7일로 특정했다. 그러면서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법원장 스스로가 사법부의 독립,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을 넘어서 내란을 옹호하고 한덕수에게 정권을 이양할 목적으로 대선판에 뛰어든 희대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열린공감TV와 서 의원, 부 의원이 제기한 의혹들 모두 구체적인 제보자가 누구인지, 제보 입수 경위, 추가 증거 등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의혹 실체가 모호해지는 상황이다.
예컨대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등 만남이 언제 어디서 이뤄졌는지 본 사람이나 그 현장에 동석한 사람 증언, 회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 출입 기록 등을 제시하면 당사자 반박이나 해명을 들을 수 있다. 당사자들 반박·해명 발언 중에서 모순되는 지점이나 당사자끼리 진술이 엇갈리면 이를 추궁하며 진상에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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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리는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2025.09.30 choipix16@newspim.com |
하지만 민주당이 기대는 것은 '전해 들었다'는 전언이 유일하다. 이는 민주당이 지귀연 부장판사 접대 의혹을 제기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지귀연 부장판사가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여성 종업원이 있는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할 당시 서울 강남 한 주점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지 부장판사가 동석자 2명과 나란히 앉아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이를 토대로 지귀연 판사 접대 의혹을 키웠다.
회동설에 대한 추가 증거 등을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민주당 안에서도 이번 청문회는 부적절했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장 청문회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인데 당내 전체와 지도부와 상의하면서 사전 준비 절차를 잘 거쳐서 그 필요성에 대한 상호 인식과 동의하에 진행했으면 좋았겠다"며 "급발진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 역으로 의혹 제기 녹취록 조작까지 불거져
민주당이 한덕수 희동설 의혹을 제기한 근거가 되는 녹취록 조작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의혹 제보자는 물론이고 제보 내용을 녹음했다는 사람도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녹취록 속 여성이 누구이고 믿을만한 진술인지 등을 따져볼 기회 자체를 차단한 셈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열린공감TV 관계자도 부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해당 녹취록이 AI(인공지능)로 조작됐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서 의원과 부 의원을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했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의 본질은 '회동설'이 아닌 '대선개입 의혹' 규명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등이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