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내무장관, 노동당 전당대회서 영주권 개편 방안 발표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앞으로 영국 영주권을 받으려면 지금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영어 실력과 사회봉사 실적 등을 쌓아야 할 전망이다. 영국 사회의 이민 반대 정서가 갈수록 커지면서 해외 이주민에 대한 벽이 점점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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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바나 마무드 영국 내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샤바나 마무드 영국 내무장관은 29일(현지 시간) 연례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통해 영주권(ILR)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고 BBC 방송 등 영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노동당 전당대회는 10월 1일까지 리버풀에서 열린다.
새 방안에 따르면 영주 영주권을 받으려면 높은 수준의 영어와 깨끗한 범죄 기록, 지역사회 자원 봉사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또 국민보험료를 납부한 실적이 있어야 하고, 영국 정부로부터 어떠한 사회적 혜택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정부는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체류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까다로운 조건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마무드 장관은 "(영국에서의) 애국심이 더 작은 것, 민족주의에 가까운 것으로 변하고 있다"며 "공정한 이주와 안전한 국방은 개방적이고 관대하고 관용적인 국가의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BBC는 "이번 노동당 전당대회를 관철하는 주제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Reform UK)에 맞서는 투쟁"이라며 "노동당 정부는 이번 이민 관련 정책이 영주권 폐지를 주장하는 개혁당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최대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나이절 패라지가 대표로 있는 개혁당은 지난 22일 "다음 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하면 영주권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복지 혜택 제공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노동당 소속인 키어 스타머 총리는 28일 BBC와 인터뷰에서 "개혁당의 이민 정책은 부도덕하고 인종차별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불법 이주민, 즉 여기에 있을 권리가 없는 사람들을 쫓아내자는 데는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개혁당의 정책은 영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수십만 명의 (외국) 사람들을 사실상 추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11~17일 유권자 11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혁당 지지율은 34%를 기록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집권 여당인 노동당은 22%에 머물렀고, 제1 야당인 보수당은 14%에 그쳤다.
비영리기관 모어인커먼(More in Common)이 영국인 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오늘 당장 총선이 실시될 경우" 개혁당이 373석을 차지해 전체 의석 650석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개혁당에서 이민 정책을 맡은 지아 유수프는 스타머 총리의 발언에 대해 "영국 국민들이 이민에 대해 갖는 우려는 완전히 정당하다"며 "스타머 총리가 인종차별적이라고 부르는 정책에 찬성표를 던지는 국민들은 총리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잘 알 만큼 똑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외국인에 대해 혜택과 복지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