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도입 5년...올해 6월부터 성인 대상 범죄 확대
판매·배포 등 유포 범죄 591건...전체 77.3%
성인 피해자 범죄 36건 위장수사 실시...93명 검거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1.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023년 12월부터 텔레그램에 각종 대화방을 개설해 지인이나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한 허위영상물 3만6086개를 제작·유포한 15세 운영자 A 등 3명과 제작·유포·구매자 235명을 신분비공개 수사를 활용해 검거했다.
#2.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5월 피해자의 얼굴에 타인의 성관계 사진을 합성해 허위영상물을 제작하고 이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30대 B에 대해 신분위장수사를 활용해 피의자를 특정하고 검거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 제도 도입 후 지난 5년간 765건의 위장수사를 실시해 2171명을 검거하고 130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청이 집계한 위장수사 실시현황에 따르면 전체 위장수사 765건 중 판매·배포 등 유포 범죄가 591건(77.3%)으로 가장 많았다. ▲제작 등 범죄 102건(13.3%) ▲성착취 목적 대화 범죄 46건(6%) ▲구입·소지·시청 등 범죄 25건(3.4%) 순으로 확인됐다.
전체 검거 인원 2171명 중 판매·배포 등 유포 혐의 피의자가 1363명(62.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구입·소지·시청 피의자 530명(24.4%) ▲제작 등 피의자 211명(9.7%) ▲성착취 목적 대화 피의자 67명(3.1%)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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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본청 |
경찰은 익명의 피의자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성착취물 등을 제작·유포하는 경우 위장수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유포 피의자를 검거하면서 구입·소지·시청 등 피의자까지 함께 검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8월 31일 기준으로 645명을 검거해 지난해 같은 기간 387명과 비교해 66.7% 증가했다.
위장수사 제도는 N번방·박사방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증거능력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신분을 위장해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 특례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으로 지난 2021년 9월 24일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에만 위장수사를 할 수 있어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는 위장수사를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딥페이크 성범죄가 큰 문제로 대두되면서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수사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6월 4일부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도 위장수사가 가능하게 됐다.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는 올해 8월 31일 기준 36건을 실시해 93명을 검거하고 1명을 구속했다.
위장수사는 수사방법과 절차에 따라 경찰관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부인하는 방식으로 증거 및 자료를 수집하는 신분비공개 수사와 문서, 도화, 전자기록 등을 활용해 경찰관 외 신분으로 위장하는 방식의 신분위장수사로 구분된다.
신분비공개 수사는 국회에 반기별로, 국가경찰위원회에는 신분비공개수사 종료 시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법령으로 규정돼 있다. 경찰은 자료 제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법령에 따른 통제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경찰청 주관으로 관련 절차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자 위장수사 현장점검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 3개 시도청 현장점검 결과 수사 과정상 위법이나 남용 사례는 없었던 것이 확인됐다. 제도 개선을 위한 현장 수사관의 의견도 수렴했다. 하반기에도 시도경찰청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고 보안 메신저를 활용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범행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음성화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위장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를 반드시 근절해 나가겠다"며 "성착취물의 경우 장난으로 제작하거나 단순 호기심으로 소지·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엄격히 처벌되므로 이에 대해 특별히 유념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