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州) 최전선에서 일부 영토를 회복한데 이어, 북동부 수미주(州)에서도 약간의 영토를 탈환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크라이나군의 군사적 성공이 러시아의 억지 주장과 터무니없는 협상 요구 사항을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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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 로이터 =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군 제44독립포병여단 소속 군인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로자 최전선에서 적진을 향해 2S22 보다나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5.08.21. ihjang67@newspim.com |
NYT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한 부대가 수미 지역의 북동쪽에 있는 킨드라티우카 마을을 탈환했다. 이 마을은 올해 초 자국의 쿠르스크 지엑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낸 러시아군이 이후 국경을 넘어 수미 지역까지 진출해 무력 점령했던 곳이다.
NYT는 "이 마을은 올 여름 우크라이나군이 수미 지역에서 탈환한 두 마을 중 한 곳"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다른 마을들까지 진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수미 작전이 실패했다"며 "그들은 상당한 병력 손실을 입었고, 남은 병력은 (다른 곳으로) 재배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 분석가들은 러시아군이 수미 지역에서 일부 부대를 빼내 도네츠크 지역 등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수미 지역에서 영토를 탈환한 것은 러시아군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해 공세를 강화하는 점을 감안할 때 보기 드문 사례이며 비록 땅 크기는 작아도 협상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연계된 전쟁 감시 단체 딥스테이트(DeepState)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5월 이후 매달 우크라이나 영토 470~540㎢ 정도를 점령해 왔다.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은 병력과 화력 면에서 러시아군에 계속 밀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선에서 영토 회복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러시아의 주장, 즉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에서 결코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을 수 없으며 지금이라도 일부 영토를 포기하고 거의 항복 문서에 가까운 평화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반박할 수 근거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전체를 포기하라며 그 대신 수미 지역을 돌려줄 수 있다는 '영토 교환'을 내놓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같은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인 것으로 평가됐다. 도네츠크는 러시아군이 전체를 다 점령하지 않은 상태인데다(현재 약 75%), 도네츠크를 내주면 그 너머 우크라이나 중부 지역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도네츠크 전선에는 우크라이나군이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해 놓고 있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금지, 우크라이나 군병력을 5만명 수준으로 축소, 외국군 주둔 금지 등도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트랜스애틀랜틱 다이얼로그 센터'(TDC)의 막심 스크립첸코 소장은 "수미 일부 지역의 탈환은 러시아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우리가 영토를 되찾을 수 있는데 왜 굳이 영토교환을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최근 일부 성공이 지속적이거나 향후 더 큰 성공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쉽지 않다"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이 여전히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쉴 새 없는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전선에 러시아 군인 70만명 이상이 배치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