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뉴스핌] 박승봉 기자 = 모터보트 위, 물살을 가르며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있다. 승부는 공평하지만 결과는 늘 냉정하다. '1승'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피와 땀으로 빚어낸 자신감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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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경정장에서 선수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턴마크를 돌고 있다.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
15일 경륜경정총괄본부에 따르면 2025년 경정 시즌이 어느덧 37회차를 넘어 후반기로 향하는 지금, 팬들의 눈길은 다승왕 경쟁의 최정상급 선수들뿐만 아니라 단 한 번의 첫 승을 위해 몸부림치는 선수들에게도 쏠리고 있다.
◆ 1승을 향한 이중의 싸움
경정에서 승리를 따내려면 두 번의 경합을 넘어야 한다. 스타트에서 1턴 마크까지의 주도권 싸움, 그리고 턴 마크를 통과한 뒤 결승선까지의 자리 다툼이다. 선수들은 이 짧고 치열한 과정에서 체력·집중력·전략·기술을 모두 발휘해야 한다.
경주가 없는 날에도 영종도 훈련원에서 기량을 갈고닦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 한 번의 승리에는 기록 이상의 값어치가 담겨 있다.
◆ 다승왕을 향한 불꽃 경쟁
올 시즌 다승 경쟁은 불꽃 튀고 있다. 주은석(5기·A1), 김완석(10기·A1), 김민준(13기·A1)이 나란히 33승을 기록하며 선두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민준은 지난해 경정 사상 최초로 한 시즌 50승을 돌파한 주인공으로, 올 시즌 역시 그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뒤이어 김응선(11기·A1), 조성인(12기·A1)이 29승으로 추격 중이다.
◆ 단 1승의 무게..."숫자 아닌 드라마"
화려한 다승 경쟁 뒤에는 '첫 승'을 향한 드라마도 존재한다. 2018년 데뷔한 신선길(15기·B2)은 올해 드디어 통산 첫 승을 기록했다. 강자 김민준과의 맞대결에서 기습 스타트와 찌르기 전개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배당 193.4배, 삼쌍승식 1293.4배의 대이변을 연출했다.
17기 신예 임혜란(17기·B2)도 데뷔 82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이변은 모터 기력과 피트력을 살린 '인빠지기' 전개에서 나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부는 그 자체로 반전의 시작이었다.
◆ "모두가 승부사"
예상지 경정코리아 이서범 경주분석위원은 "시즌 50승에 도전하는 선수나 통산 1승을 기록한 신예나 모두 물 위에서 전부를 건다"며 "이들의 드라마틱한 승리가 경정의 진짜 매력"이라고 말했다.
숫자로 기록되는 승리지만, 그 뒤에 숨은 이야기들은 팬들에게 더 큰 감동을 남긴다. 경정은 오늘도 수면 위에서 치열한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다.
1141wor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