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투트가르트의 이적료 번복으로 이적 실패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국가대표 공격수 오현규가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무산된 뒤에도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번 일을 '좌절'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오현규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많은 분들의 응원과 걱정 속에서 미국에서 치른 두 경기는 축구를 향한 내 애정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라며 "내가 겪은 일들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언제나 다시 부딪히고 도전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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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현규가 지난 10일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앞서 가는 골을 만들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2025.09.10 wcn05002@newspim.com |
스코틀랜드 셀틱을 떠나 벨기에 헹크로 이적한 뒤 그는 짧은 시간에도 놀라운 효율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리그 36경기에서 9골 3도움을 올렸는데, 출전 시간이 600분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교체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팀 공격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번 시즌 주전 공격수 톨루 아로코다레가 울버햄튼으로 이적하자 헹크의 토르스텐 핑크 감독에게 주전 공격수로 낙점받았다. 올 시즌에도 벨기에 리그에서 1골 1도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예선 2경기에서 1골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런 활약 속에서 슈투트가르트가 눈길을 보냈다. 주전 공격수 닉 볼테마데가 뉴캐슬로 떠나고, 데니스 운다브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오현규는 최적의 대안이었다. 헹크도 이적을 허락했고, 오현규는 독일로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독일 매체 '키커'는 "헹크와 슈투트가르트, 오현규 모두 준비를 마쳤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라며 "어린 시절 십자인대 부상을 겪은 무릎이 걸림돌이 됐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오현규는 지난 9년간 큰 부상 없이 활약했지만, 메디컬 검진 과정에서 우려가 제기되면서 협상은 꼬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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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현규가 9월에 열린 두 차례 A매치 평가전을 마치고 자신의 SNS에 글을 남겼다. [사진 = 오현규 인스타그램] 2025.09.11 wcn05002@newspim.com |
이 와중에 슈투트가르트는 조건을 바꾸려 했다. 애초 합의했던 완전 이적 대신 임대 후 완전 이적 옵션을 제안하며 이적료를 낮추려 한 것이다. 신뢰가 깨진 헹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적은 최종 무산됐다.
대표팀 소집으로 전환된 오현규는 곧바로 경기장에서 응답했다.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선발로 나선 그는 득점을 터뜨린 뒤 독특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양말을 내리고 바지를 걷어 올려 무릎을 가리킨 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것이다. 이는 슈투트가르트의 의학적 판정에 대한 '유쾌한 반박'이었다.
헹크의 드 콩테 디렉터도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10년 동안 이적 업무를 해왔지만 이번 건만큼 극적인 사례는 처음이다. 슈투트가르트는 합의한 금액을 번복했고, 메디컬 문제까지 끌어들였다. 전문적인 접근이 아니었다"라며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좋은 스트라이커를 지켜낼 수 있게 됐다. 오현규가 대표팀에서 골을 넣고 무릎 세리머니까지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움도 기록했다더라. 우리로서는 기쁜 일"이라고 덧붙였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