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대로 인도와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낮다고 로이터 통신이 EU 측 소식통을 인용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워싱턴 DC를 방문한 EU 대표단은 미국 측과 대러 제재 관련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EU가 인도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EU는 무역 협정과 법적 절차상 제약을 이유로 들며 어려움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이미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비료·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나, 이는 EU 내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였다.
소식통들은 "관세(부과)는 제재와 달리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개월간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주요 교역국에 즉각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EU는 현재 인도와 자유뮤역협정(FTA) 체결 막바지에 있고, 중국과의 교역에도 높은 수준으로 의존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현재 인도나 중국에 대한 관세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EU 고위급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인도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한 전쟁 자금줄을 끊기 어렵다. 모든 파트너가 함께 고율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미국은 EU와 보조를 맞출 준비가 돼 있다. EU가 동참하지 않으면 제재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관계자는 "EU가 트럼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대중·대인도 무역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특히 인도와의 FTA 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EU와 인도는 연내 FT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 말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올해 말까지 FTA 체결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EU는 자동차·의료기기·와인·육류 등 관세의 대폭 인하를 요구하고, 인도는 섬유와 의류·가죽 제품·저가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인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현재 인도의 최대 상품 무역 파트너다. 인도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3/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기준 양국 무역액은 1374억 1000만 달러(약 52조 747억 2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수출액이 759억 2000만 달러, 수입액은 614억 8000만 달러였다.
EU는 인도 전체 수출의 약 17%, EU의 대인도 수출은 전체의 9%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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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벨기에 브뤼셀 본부 앞에 서있는 EU기 기둥. 2022.09.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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