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데이터 공유 의무화
애플에 거액의 '매출 공유'
법무부 항소 가능성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구글이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 판결에서 검색 엔진 크롬 강제 매각을 포함한 최악의 제재를 피하면서 월가가 축포를 터뜨렸지만 잠재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지난 2일(현지시각) 구글 검색 엔진에 대해 경쟁을 저해하는 독점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법무부와 다수의 주정부가 제안한 급진적 시정 조치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소식에 알파벳(GOOGL) 주가가 9% 급등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밋 메타 판사는 판결문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이 사건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고 적시했다.
2023년 말 진행된 '책임' 단계 재판 당시에는 AI 검색 엔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2025년 들어 시정 조치가 논의되는 과정에 구글이 챗GPT와 퍼플렉시티 등과 실질적인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구글 측 변호인단은 이 같은 논리를 강력하게 내세웠고, 메타 판사는 이를 수용했다. 판결문은 "한 때 실리콘밸리에서 '최대 금지 구역'으로 통했던 온라인 검색 분야에서 벤처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상황은 놀라운 일"이라며 "전통적인 검색 업체들이 갖추지 못했던 재정적, 기술적 역량을 가진 이들 신생 기업들의 등장에 구글이 수십 년 만에 경쟁 상대를 만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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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을 포함한 구글 관련 앱들 [자료=블룸버그] |
이번 판결에 투자자들은 크게 반색했지만 구글의 반독점 리스크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고 미국 금융 매체 배런스가 주장했다. 세 가지 측면에서 업체가 여전히 커다란 잠재적 위협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먼저, 데이터 공유다. 이번 법원의 시정 조치 중 일부는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 했다. 메타 판사는 원고 측의 과도한 요구를 덜어냈지만 경쟁사가 구글 검색과 그 핵심 기술을 역설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는 웹 데이터 접근성에서 열위였던 퍼플렉시티와 오픈AI 등 신생 AI 검색 엔진에 기회의 창을 열어줄 수 있다. 구글의 독점적 강점이었던 '웹과 사용자 행동에 대한 독보적 뷰(view)'가 약화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애플(AAPL) 검색 계약이다. 법원은 구글이 애플에 지급하는 거액의 '매출 공유(revenue sharing)'을 유지하도록 허용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022년 해당 액수는 200억달러에 달했다.
마지막은 항소 가능성이다. 법무부가 항소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추가적인 구제를 위한 조치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항소 카드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가능성을 남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판이 다시 열릴 경우 이번 판결 자체가 무효화 될 수도 있다.
구글을 둘러싼 반독점 전선이 이번 판결로 모두 끝나지 않는다. 2020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시작된 검색 독점 소송에 이어 2023년에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 법무부가 구글의 광고 네트워크를 겨냥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4월 구글의 불법적 독점성을 인정한 바 있다. 오는 9월 버지니아 동부 연방지법에서 시정 단계 재판이 시작된 예정이다.
구글의 광고 플랫폼은 50%를 웃도는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고, 최대 매수자 겸 매도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마치 나스닥시장이 자사 거래소에서 최대 주식 매수자 및 매도자로 활동하는 것과 같다. 법원 역시 디지털 광고 경매에서 구글은 매번 '첫 눈'과 '마지막 눈'을 차지한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에드엑 비즈니스 스쿨 법학자 앤 위트 교수는 "2023년 사건은 구조적 시정 조치, 즉 사업 분할을 강제할 훨씬 분명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법무부는 구글에 광고 거래 플랫폼 및 판매자 소프트웨어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구글 광고 네트워크의 매출 기여도는 예전만 못하다. 2019년 업체의 전체 매출액에서 21%를 나타냈던 비중은 2024년 8.7%로 위축됐다.
이는 구글 검색의 AI 요약 기능 도입으로 웹 트래픽과 광고 수요가 감소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광고 네트워크는 단순한 매출 비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만약 법원이 구글의 분리를 명령한다면 구글은 디지털 광고 시장의 전방위적 시야를 상실하게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검색과 유튜브 등 핵심 광고 사업의 수익성과 이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배런스는 경고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