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감원·금소원 공공기관 추진
'관치금융' 이어 '관리감독' 우려
'편향적' 금융소비자보호 지적도
내부 반발 격화..."독립성 지켜달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정부가 18년만에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공기관 재지정을 추진한다. 그동안 민관기관으로서 금융시장 감독 업무를 전담했던 금감원이 정부 산하로 편입될 경우 감독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여기에 금감원으로부터 분리,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역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어서 금융소비자보호 역시 정부 입맛에 따라 편향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직원들도 '관치감독'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의 첫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됨에 따라 8일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및 금소원 신설과 금감원 및 금소원의 공공기관 지정 등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18년만에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에 독립성 훼손 우려
1999년 출범한 금감원은 2007년 4월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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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금융감독원 조직도. 표기된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 신설된다. [사진=금감원] |
당시 금감원은 2006년 감사원 감사에서 편법 임금 인상과 상호저축은행 소액 신용대출 연체실태 파악 부실, 일부 직원들의 근무태만(출장) 등이 지적되는 등 방만운영이 꾸준히 지적돼왔다. 이에 정부는 공공지관 지정을 통해 금감원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 감독을 시행했다.
하지만 2년후인 2009년 1월 정부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결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2008년 미국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금융감독업무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방만경영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금융위의 감독을 받는만큼 충분한 관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후에도 공공기관 재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졌다.
2017년 금감원에서 채용비리가 발생, 관련자들이 대거 구속되고 사상 첫 임원 전원 교체로 이어지자 정부 차원의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2020년에는 라인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시장 감독 기능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관치감독' 우려 커, 내부반발 확산에 논란 불가피
이재명 정부의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추진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정권 큰 논란이 됐던 '관치금융'에 이어 금융시장 감독 업무까지 '관치감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금융당국 조직개편으로 기존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이 기획재정부로 이관되고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 신설 후 공공기관 지정이 예고되면서 금융시장 감독기구가 기재부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개로 늘어나게 된다.
가뜩이나 강력한 규제와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금융권 입장에서는 금감원과 금소원까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그만큼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 감독 업무의 경우 공공기관 지정에 따라 정부로부터 예산과 인사 등을 통제받을 경우 지금처럼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시장 감시에 나설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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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08.14 yooksa@newspim.com |
신설 금소원의 업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소원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신설되는데, 공공기관으로 정부 개입이 과도해질 경우 소비자분쟁 발생 시 객관적인 중재보다는 '표심' 확보를 위해 금융사에 과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우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는 기본적으로 공정한 조사와 객관적인 기준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금소원이 공공기관이 되면 금융사 입장보다는 정부 입장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내부 반발도 격화되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그동안 정책적 혼란과 감독 독립성 훼손으로 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재지정을 반대해왔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이미 금융권에서는 금소원 신설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고 국회 입법조사처 또한 감독기관 간 충돌과 금융시장 불안정을 우려하며 신중한 검토를 권고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 분리를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자리 나누기식 개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간조직인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역시 감독 독립성 훼손이다.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져 정권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