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미니미스' 폐지로 100달러 화장품에도 세금
아마존·틱톡샵은 상대적 완충…글로벌몰 직격탄
영세 브랜드, 글로벌몰 의존도 높아 타격 심화
업계, 관세 선결제·배송 안내 등 대응 나서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미국 정부가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적용하던 '디 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제도를 전격 폐지하면서 K뷰티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아마존·틱톡샵 등 현지 플랫폼을 활용하는 브랜드보다 올리브영 글로벌몰·무신사 글로벌 등 역직구몰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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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
◆'100달러 세금 폭탄' 현실화…글로벌몰 직격탄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디 미니미스' 제도를 폐지했다. 이 제도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소액 제품(800달러 이하)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것이 골자였다. 덕분에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 화장품이나 의류를 글로벌몰·역직구몰에서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었으나 폐지 이후에는 100달러짜리 화장품에도 세금이 붙게 된다. 한국산 화장품의 경우 15% 비례관세 또는 건당 80~200달러의 정액관세가 적용돼 가격 장벽이 더 높아졌다.
이번 조치의 영향은 판매 채널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올리브영 글로벌몰, 무신사 글로벌 등 역직구몰은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자가 물건을 담는 순간 관세가 부과되므로, 최종 결제 금액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로 인해 가격 매력이 사라지면 구매 전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아마존, 틱톡샵 등 현지 플랫폼에 입점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 현지 판매 구조를 활용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관세를 내지 않고, 판매자가 원가 기준으로 세금을 부담하거나 물류 과정에서 흡수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문제는 규모가 작은 K뷰티·패션 브랜드다. 글로벌몰을 통한 역직구 판매가 사실상 유일한 수출 통로였던 영세 업체들은 현지 플랫폼에 입점할 자본과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관세 정책은 글로벌몰에만 의존하는 브랜드에 치명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나 신생 브랜드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관세 리스크를 흡수할 체력이 없는 만큼 매출 감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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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6~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진행된 'KCON LA 2024' 올리브영 부스가 성황을 이뤘다. [사진=CJ올리브영 제공] |
◆美는 K뷰티 핵심 시장…"관세 부담, 누가 지느냐가 관건"
업계는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관세 선결제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무신사 글로벌은 지난달 말부터 미국 역직구 고객이 상품을 받을 때 별도의 세금 납부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최종 결제 단계에서 관세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편했다. 또 미국 세관의 통관 심사가 강화되면서 일부 주문 배송이 지연될 수 있어 현지 소비자에게 주문 시 여유 있는 배송 기간을 안내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역시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미국 고객 결제 시 15% 관세를 반영하는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컬리도 미국 전역 48시간 내 배송을 내세운 '컬리 USA' 서비스에서 관세를 결제 단계에 포함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다만 미국이 K뷰티의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시장인 만큼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모니터 이커머스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뷰티&퍼스널케어 시장은 2023년 31%, 2024년 1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위 10개 K뷰티 브랜드(코스알엑스, 라네즈, 조선미녀, 아누아, 메디큐브, 티르티르 등)의 성장률은 각각 86%, 56%에 달해, 프랑스 주요 브랜드(로레알파리, 디올, 랑콤, 샤넬 등)의 성장률(23%, 18%)을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K뷰티의 성장세는 압도적이었고 수많은 신생 브랜드와 영세 브랜드들도 글로벌몰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출해왔다. 하지만 이번 관세 제도로 인해 이러한 브랜드들은 현지 판매 채널을 갖춘 대형사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후양 유로모니터 아시아 헬스&뷰티 인사이트 매니저는 "K뷰티의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은 여전히 우위에 있기 때문에, 관건은 각 브랜드와 유통사가 추가 비용을 얼마나 흡수하고, 소비자에게 얼마나 전가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