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2시간 반 회담…北 "형제적 의무 다하겠다"
우크라 전선 파병·무기 지원에 푸틴 "희생 잊지 않겠다"
시진핑과 나란히 선 '이례적 3자 동시 등장'…트럼프 "음모" 발언 논란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약 2시간 30분간의 회담을 마치면서 김 위원장을 공식적으로 러시아로 초청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이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꼭 러시아에 와달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포옹을 나누며 "곧 다시 만나자"고 화답했다 이는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다시 한번 굳건한 결속을 과시한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앞서 열린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나란히 참석한 뒤, 공식 연회장에서 회담장까지 같은 차량으로 이동해 베이징 베이징 댜오위다오 국빈관에서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는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중국을 찾은 일정이자, 푸틴·시진핑·김정은 세 정상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극히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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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5.09.03 wonjc6@newspim.com |
◆ 北 "형제적 의무"…푸틴 "사실상 동맹"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러시아와 러시아 인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형제적 책임으로 여기고 반드시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6월 평양에서 양국이 체결한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거론하며 "협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존경하는 국무위원장 동지"라 칭하며 "최근 양국 관계는 특별하고 신뢰하며 우호적인, 사실상 동맹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쿠르스크 전투에서 용감히 싸운 북한 특수부대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우크라이나 전선 지원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에 두 차례에 걸쳐 총 1만5000여 명의 병력을 파병했으며, 탄도미사일과 대포 등 군수물자도 대량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무대 첫 다자 외교…선전효과 극대화
김 위원장이 베이징 다자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집권 14년 만에 처음이다. 퍼레이드 현장에서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나란히 서며 국제무대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행사장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대화하며 평양 방문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중국을 넘어 친러 성향 국가들과의 외교 접촉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푸틴·시진핑·김정은이 별도의 3자 회담을 열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세 나라 모두 공식 확인은 내놓지 않았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병식이 시작된 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 주석에게 부탁한다"면서 "미국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해달라"는 글을 남기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 정상이 미국에 대항할 작당 모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 '아이러니'(반어적 표현)였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어떠한 음모도 꾸미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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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중)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