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 적대 행위, 방위력 강화 계기 될 것"
우크라 전쟁 이후 발트 3국 상공서 교란 급증
크렘린 "사실과 다르다"… 러시아 개입 부인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태운 전용기가 불가리아로 향하던 중 GPS(위성항법시스템) 신호가 교란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EU는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방위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아리안나 포데스타 EU 집행위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실제로 GPS 교란이 있었지만 항공기는 무사히 착륙했다"며 "불가리아 당국은 이번 사건이 러시아의 노골적인 간섭 때문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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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불가리아 정부도 성명을 통해 "항공기가 플로브디프 공항에 접근하던 중 위성 GPS 신호가 끊겨 관제 당국이 지상 항법 장비로 착륙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EU 측은 "러시아의 위협과 협박은 이미 일상적인 적대 행위의 일부"라며 "이번 사건은 오히려 유럽의 방위력 증강과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라는 우리의 결심을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또 "이번 사건은 유럽 안보와 방위에 대한 투자가 시급함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로이터 통신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으며,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개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U 방위 담당 집행위원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저궤도 위성을 늘려 간섭 탐지와 대응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발트 3국 상공에서는 GPS 교란과 스푸핑(spoofing) 사례가 크게 늘었으며, 유럽 항공사 핀에어는 지난해 두 차례나 착륙을 포기하고 회항하기도 했다.
불가리아 항공당국은 "GPS 신호 교란이 최근 급증하며 항공기와 지상 시스템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우려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불가리아 최대 군수공장 VMZ를 방문하는 등 4일간의 동유럽 순방 중이었다. 집행위 대변인은 "위원장이 직접 현장에서 러시아와 그 대리 세력으로부터 나오는 일상적 위협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유럽의 대비태세 강화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