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0% 관세,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에 사실상 '종말' 고한 것"
"인도 대미 수출의 최대 66%가 타격...의류·보석·새우 등 업계가 가장 취약"
수출업계, 최장 1년간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 등 요청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도산 수입품에 적용한 50% 관세가 오늘 27일부터 부과되기 시작했다. 인도 수출업계는 관세 영향을 우려하며 정부에 긴급 구제를 요청했다.
비즈니스 스탠다드(BS)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이날 오전 0시 1분, 인도 표준시 기준으로는 오전 9시 31분부터 인도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앞서 25일 공고문을 통해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27일 오전 0시 1분 이후 소비 목적으로 수입하거나 (보세) 창고에서 출고되는 인도산 제품에 (50%) 관세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적 지원 물품과 상호 교역 프로그램 대상 품목은 50%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 |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인도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BS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 이달 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25%의 상호 관세에 더해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2024/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미국)으로의 수출 전망에 사실상 '종말'을 고하는 것이라며, 인도의 단기 성장 및 자본 흐름 궤적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0%의 높은 관세로 인해 미국과의 무역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많은 수출업체들은 미국 대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싱크탱크인 글로벌 무역 연구 이니셔티브(GTRI)는 타밀나두주 티루푸르와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구자라트주의 수라트 등 지역의 섬유 및 의료 제조업체 다수가 주문량 감소로 이미 생산을 중단했다며, 인도 대미 수출의 최대 66%가 50%의 미국 관세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의류 및 섬유, 보석, 새우, 가구 등은 고율 관세에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GTRI는 "이들 부문의 수출액이 70% 급감한 186억 달러(약 25조 9730억원)까지 줄어들 것"이라며 "이에 따라 대미 수출이 전체적으로 43% 감소하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수출기구연맹(FIEO)도 성명을 통해 "섬유 부문은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등의 저가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고, 해산물, 특히 미국이 수출 물량의 약 40%를 차지했던 새우 양식 업계가 관세 인상에 따른 큰 위험을 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IEO는 또한 가죽·도자기·화학·수공예품 등 기타 노동집약적 산업 역시 유럽·멕시코 등에 비해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산업들이 주문 지연 및 취소·가격 경쟁력 상실 등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출업체들은 고율 관세 여파가 주문 감소를 넘어 현금 흐름에까지 확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요 감소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노동자 임금 지불이 어려워지고 최종 파산에까지 이를 수 있다.
업계는 자금난 완화를 위해 인도중앙은행(RBI)에 긴급 구제를 요청했다.
FIEO의 S.C 랄한 회장은 "(RBI에) 최장 1년까지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를 요청했다"며 "또한 운영자본과 유동성 유지를 위해 이자 지원 및 수출 신용 지원 등 정부의 즉각적인 지원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랄한 회장은 "긴급 신용한도보증제도(ECLGS)에 따른 무담보 대출 지급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은행 및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와 RBI가 관련 특별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류수출진흥위원회(ARPC)의 미틸레슈와르 타쿠르 사무총장은 "주요 경쟁국과의 관세 차이가 30~31%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25%의 추가 관세 부과는 인도 의류 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사실상 차단한 것"이라며 "업계는 미국과의 양자 무역 협정을 통해 유리한 교역 조건이 마련될 때까지 미국 시장에서 버틸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 지원 같은 긴급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GTRI는 "(고율 관세 부과는) 미국의 노동집약적 시장에서 인도가 장기간 유지해 온 기반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인도) 수출 허브의 대규모 실업을 초래할 수 있고, 인도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GTRI는 이어 "중국·베트남·멕시코·터키, 심지어는 파키스탄과 네팔·과테말라·케냐 같은 경쟁국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며 "관세가 철폐된 뒤에도 인도가 주요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출업체에 대한 새로운 지원 조치가 향후 1~2주 내에 재무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수출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상위 50개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BS는 전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4월 국가별 상호 관세를 발표하며 인도에 대해서는 26%의 관세율을 책정했다. 양국은 이후 5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지만 인도의 농산물 및 유제품 시장 개방 확대와 러시아산 원유 구매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합의는 불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말 인도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25%로 1% 낮춰 발표하면서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구매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고 있다며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을 예고했고, 결국 보복성으로 25%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