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화재 55명 사망, 279명 실종
연성 '대나무 비계' 타고 확산... '과실치사' 3명 체포
당국, 모든 공사현장 긴급 안전 점검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홍콩 북부 타이포(大埔)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웡 푹 코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사망자가 최소 55명까지 늘었으며, 부상자 및 실종자 규모를 고려할 때 최종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외신 및 현지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26일(현지시간) 발생하여 27일 오후까지도 완전히 진압되지 못하고 잔불 정리 작업이 이어졌다. 홍콩 소방 당국은 이번 화재로 최소 55명이 사망했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주민 중 45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아파트 내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도 279명에 달한다.
이번 화재의 인명 피해 규모는 이미 1996년 주룽 갈레이 빌딩 화재(41명 사망), 1962년 청샤완 화재(44명 사망) 등 홍콩의 주요 화재 참사 기록을 넘어섰다. 현지 언론은 앞으로도 사상자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이번 화재가 홍콩 역사상 최악의 화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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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1월26일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인 `윙 푹 코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7일 오전 현재 최소 44명이 사망했고 279명이 실종 상태라고 홍콩 당국이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불길을 피하지 못한 주민들의 사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사진은 71세 남성이 아내가 화재 현장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며 절규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
1980년대에 건설된 이 주거 단지는 총 8개 동 중 7개 동으로 불이 번졌으며, 특히 이 과정에서 37세 소방관 1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인명 피해가 컸던 배경에는 주민 구성의 취약성이 지목된다. 이 단지 주민 약 4800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40%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되어, 초기 대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령층의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 가연성 '대나무 비계' 타고 확산... '과실치사' 3명 체포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건물 외벽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가연성 건설자재를 지목했다. 불길이 이 비계를 타고 강풍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고층으로 번졌고, 창문 주변에 설치된 스티로폼 등 인화성 물질이 추가적인 확산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7년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당시 가연성 외장재로 인해 피해가 커졌던 사례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외신에서 나왔다.
홍콩 경찰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화재 확산을 막지 못한 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주거 단지의 보수 공사를 맡은 건설사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 등 3명을 전격 체포했다. 또 웡 푹 코트 단지 공사를 담당한 로럴스 산업센터에 대한 증거 수색에 나섰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보수 공사 현장 근로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파트 보수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버린 담배꽁초에서 불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당국 조사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당국, 모든 공사현장 긴급 안전 점검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번 참사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모든 부처에 구조 및 피해자 지원을 최우선으로 지시했다. 또한, 행정장관은 현재 대규모 보수 공사를 진행 중인 모든 주거 단지에 대해 긴급 안전 점검을 즉시 시행하여 유사 사고를 막겠다고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