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시공은 하도급사, 시공사 스크류잭 해체 사실 몰라
도공, 자체 매뉴얼 무시한 런처 후방 이동 계획 담긴 보고서로 안전관리계획 수립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지난 2월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청용천교 붕괴에 대한 원인이 규명되자 이에 따른 행정처분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해당 공사를 실제 수행한 것은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이지만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총책임을 져야하며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도 관리 부실 혐의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대형 사고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건설사 직권 행정처분이 가능해진 이후 두번째로 발생한 사고인데다 새 정부의 인명 사고 방지 방침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이들 사고 책임자에 대한 행정처분이 예상보다 높은 수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행정처분도 책임 비중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종~안성 고속도로 청용천교 붕괴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은 사고 책임 비중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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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붕괴 사고 모습 [사진=뉴스핌DB] |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발주처, 시공사, 하도급사 모두에게 뚜렷한 책임 소지가 있는 만큼 책임의 비중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사고 원인 최종 보고서가 보고되면 곧바로 책임 비중을 부여해 이에 따른 행정처분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행정처분 대상자는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3곳이다. 사고 구간 실제 시공을 맡았던 하도급사 장헌산업과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가 포함된다. 사조위 발표에 따르면 청용천교 교량의 붕괴는 전도방지 장치인 스크류잭을 임의로 제거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꼽혔다. 또 교량 상판 지지대인 거더를 운반하는 장치인 런처를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후방으로 이동한 것이 두번째 사고 원인이다. 런처가 후방으로 이동하면서 거더가 뒤틀리며 전복했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원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실제 시공을 담당한 장헌산업에 있다. 다만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발주처 한국도로공사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먼저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스크류잭 제거는 검측 주체인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하도급사가 왜 스크류잭을 해체했는지도 편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 전방 이동만 안전인증을 받은 만큼 후방 이동(백 런칭)을 하면 안되는 런처 운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예정이다.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은 이번 사업을 수주할 때부터 해당 런처가 전방 이동 작업만 안전인증을 받았음을 분명히 알렸고 그럼에도 청용천의 세종 방향 교량 끝 구간에는 런처를 회전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후방 이동을 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작성된 안전관리계획서를 한국도로공사가 승인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불법 행위'가 검측인 한국도로공사의 매뉴얼을 위반한 것인 만큼 위법의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적용할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런처의 후방 이동에 대한 안전인증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다. 하지만 후방 이동을 하더라도 스크류잭만 제거 되지 않았다면 붕괴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게 사조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런처 후방 이동은 사고 원인이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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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전 청용천교 현황 [자료=국토부 사조위] |
결국 스크류잭의 임의 해제와 런처의 후방 이동 두 가지 붕괴사고 원인에 대한 책임은 발주처, 시공사, 하도급사 모두 골고루 나눠 갖게 됐다. 이에 따라 과실이 더 많다고 판단되는 쪽에 더 무거운 행정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승복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
행정처분의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사고 행정처분은 국토부가 내리게 된다. 인명 사고를 비롯한 중대 재해를 일으킨 건설사에 대한 규제 권한은 원칙적으로 국토부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즉 해당 건설사 본사가 소재한 지자체가 국토부 등으로부터 사고 조사 결과를 받은 다음 이를 토대로 행정처분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국토부는 2022년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모델하우스 붕괴 사고와 학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잇따라 일으키자 3인 이상 사망하거나 10인 이상 부상자가 나온 중대 재해 현장에 대해선 지자체가 아닌 국토부가 직권으로 행정처분을 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지자체가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시는 학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전까지 영업정지 3개월이 중대재해 사고를 일으킨 건설사에 대한 최대 규모 행정처분이었다.
이번 세종~안성 고속도로 사고 책임자에 대한 처분은 두번째 국토부 직권 처분이다. 1호는 GS건설이 당사자로 검단자이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다. 국토부는 사고 원인이 규명된 만큼 행정처분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추석이 있는 10월 초를 전후해 행정처분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GS건설이 검단자이 지하주차장 붕괴에 대해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나온 것을 감안할 때 청용천교 붕괴사고도 이와 비슷한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과실 비중에 따라 스크류잭 해체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책임 비중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최근 포스코이앤씨의 잇단 공사현장 사망사고 발생에 따라 본보기 형식으로 이번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이 강경해질 가능성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격노할 정도로 최근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본보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조사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지만 막상 행정처분이 나오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특히 이번 사고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불복과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