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폭락 후 버크셔 매입 소식에 급등
어닝 쇼크와 이익 전망 하향
배당·저평가·재무건전성
이 기사는 8월 19일 오후 2시51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은퇴를 앞둔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 2분기 반토막 난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H) 주식을 대량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월가의 조명이 집중됐다.
의료 비용 상승으로 인해 업체의 실적이 둔화된 한편 2025년 연간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고, 법무부가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굵직한 악재가 겹친 상황과 맞물려 버핏의 결정이 시선을 끈다.
주요 외신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13F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2분기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주식을 503만9564주 신규 매입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5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유나이티드헬스 주가는 2025년 초 이후 47% 가량 급락, 반토막이 난 상태였다. 버핏의 '입질'이 알려진 8월14일(현지시각) 주가는 10% 가까이 폭등했고, 이후에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유나이티드헬스는 8월18일 308.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5거래일 사이에만 21% 치솟으면서 연초 이후 낙폭이 약 39%로 축소됐다.
연초 이후 가파른 주가 하락은 펀더멘털 측면의 악재와 무관하지 않다. 1977년 1월 처음 간판을 올린 유나이티드헬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건강 보험 상품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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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 [사진=블룸버그] |
미국 최대 건강 보험 사업부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Care) 사업 부문은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의료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며,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de) 등 공공 보험 서비스도 주력 사업에 해당한다.
또 다른 비즈니스 축인 옵텀(Optum)은 헬스케어 서비스 전문 자회사로, 종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옵텀 헬스와 데이터 분석 및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옵텀 인사이트, 약국 관리(PBM) 사업에 주력하는 옵텀 Rx 등 세 가지 부문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홈 헬스케어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 부문에서 강한 성장 모멘텀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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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의 자회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사진=블룸버그] |
2분기 업체의 매출액은 1116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2.91%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34억1000만달러로 19.21% 감소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주당순이익(EPS) 역시 3.47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7.62% 줄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08달러로 집계, 월가의 예상치인 4.48달러를 크게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액 기준 전세계 헬스케어 산업 1위에 랭크된 업체가 연초부터 '팔자'에 시달린 것은 브라질 등 해외 사업 철수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데다 인구 고령화 및 복합 질환 환자 증가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의료비 상승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의료기관 및 제약 비용 상승과 거시경제 측면의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보험 수익성 악화가 전반적인 실적에 타격을 가했다.
업체는 2025년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최소 16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월가의 예상치인 20.9달러에 못 미치는 수치다. 당초 업체는 주당 26~26.50달러의 이익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지난 5월 의료비 상승을 포함한 비용 문제로 가이던스를 철회했다가 7월 공식적으로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자들은 '팔자'에 뛰어들었고, 연초 이후 주가가 반토막에 가까운 내림세를 나타낸 것. 때문에 2분기 버핏의 대규모 '입질'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은퇴를 공식 선언한 그가 포트폴리오에 유나이티드헬스를 대량 신규 편입한 데 대해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모틀리 풀은 보험업에 대한 그의 각별한 선호도를 배경으로 꼽았다.
일찍이 가이코를 인수하며 보험업의 이점을 지렛대 삼아 버크셔의 몸집을 불린 그가 보험 산업에 관심이 높은 데다 아는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철칙을 이번에도 동원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가이코와 달리 헬스케어 부문에 주력하는 유나이티드헬스의 사업 구조가 좀 더 복잡하지만 버핏 입장에서 미국 최대 건강 보험사 가운데 하나로 시장 입지를 구축하고 경제적 해자를 확보한 업체가 매력적으로 비쳐졌을 것이라고 모틀리 풀은 설명한다.
버핏이 배당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도 유나이티드헬스는 투자 요건을 충족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헬스의 배당수익률은 최근 3%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초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라 역사적 평균치를 웃도는 상황. S&P500 지수의 배당수익률 1.3%를 두 배 이상 넘어섰다.
배당 수익률이 쏠쏠할 뿐 아니라 배당 인상폭도 작지 않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헬스의 이번 분가 배당금은 주당 2.21달러로, 5년 전 1.25달러에서 77% 인상됐다. 업체의 배당은 연율 기준 12%의 상승을 나타냈다. 일부 투자자들이 업체를 배당 성장주로 분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체의 최근 분기 이익이 월가의 기대치에 미달했고, 연간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재무건전성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이 역시 버핏이 업체의 주식을 대량 매입한 배경으로 꼽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헬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43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대차대조표 상 이자 비용의 7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으로 부채에 대한 이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업체의 과거 12개월 잉여현금흐름(FCF) 이익률은 10%를 웃돌았다. 이는 배당수익률을 세 배 가량 앞지르는 수치로, 앞으로 배당 지급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가치 투자 원칙을 고집하는 버핏의 매수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주가매출액비율(PSR)이 1배를 밑도는 상태다. 과거 12개월 이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률(PER)도 13배에 불과, 과거 평균치를 크게 밑돈다.
저평가가 두드러지는 밸류에이션 지표와 견고한 재무건전성이 버핏의 매수 심리를 부추겼을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업체의 헬스케어 사업 부문이 강한 성장 모멘텀을 보이는 데다 보험 부문의 성장이 회복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반토막 난 주식을 매입하는 전략이 터무니 없지 않다는 해석이다.
수익성 개선이 과제로 남아 있지만 유나이티드헬스가 강력한 시장 입지를 확보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이익 성장을 확신할 수 있다고 강세론자들은 주장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