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매각 실패한 서울 핵심 유휴부지, 공공주택 건립으로 '유턴'
정부, LH 구조개혁 맞물려 직접 개발 기조…주민 반발 등 과제도 산적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민간 매각에 난항을 겪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서울 시내 핵심 유휴부지들이 대거 공공주택 건립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특히 4000억원대 매각이 무산된 여의도 부지에 공공임대주택 건립이 거론되며, 장기간 표류해 온 용산 캠프킴, 태릉 골프장 등 다른 주요 부지들의 공공성 강화 개발에도 이목이 쏠린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8·4 공급대책에 포함됐던 이들 공공 택지는 정권 교체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매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 기조가 토지 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보다 공공 개발의 직접 시행으로 전환되면서, 이들 부지를 본래 목적인 공공주택 공급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 '민간매각 3번 유찰' 여의도 땅, 다시 공공임대 '만지작'…주민은 "난개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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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여의도 유휴 부지 [출처= 네이버맵 캡처] |
8일 LH 등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실의 LH 구조개혁 지시 이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부지는 공공임대주택 건립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 방안이 재검토되고 있다.
이 부지는 LH가 41년간 보유해 온 8264㎡ 규모의 비축토지로, 가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 옆에 위치해 있다. 당초 8·4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공공임대주택 300가구 건설이 예정됐으나, 주민 반발로 민간 매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최저 입찰가만 4024억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으로 세 차례나 유찰되며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문제"라며 직접적인 공공 개발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에 지역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해당 부지만 단독으로 개발하면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주차난이 심각한 성모병원을 비롯해 주변 노후 건물을 모두 아우르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50여 년간 인근에 거주한 한 주민은 "해당 부지는 여의도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난개발된 곳"이라며 "금융지구와 주거지가 혼재된 여의도에 임대주택만 짓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며 정부 지침에 따라 여러 안을 구상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 '표류'하던 용산·태릉 등 8·4대책 부지…공공개발 재점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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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부지의 정책 선회는 서울 내 다른 핵심 유휴부지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 포함됐으나 각종 장애물에 막혀 사업이 지연됐던 부지들의 개발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용산 캠프킴 부지다. 문재인 정부 당시 3100가구 공급이 계획됐지만, 미군으로부터 부지 반환이 늦어지고 토양 정화 작업이 내년 8월까지 연장되며 사업이 표류해왔다. 또한 개발 밀도를 두고 국방부와 서울시 간의 이견이 이어지면서 사업 시행자인 LH가 발주한 '전략적 개발구상 수립 용역'마저 9월로 미뤄져 결론이 지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역시 과거 3000가구 공급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계획과 상충한다는 강남구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돼 현재는 서울 영동대로 지하화를 위한 건설 기자재 창고로 쓰이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H는 오피스·주거 복합개발, 민간 참여, 리츠(REITs)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2년 기한의 사업 전략 수립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약 82만㎡ 규모의 태릉 골프장 부지는 당초 1만 가구 공급이 계획됐다가 주민 반발로 6800가구로 축소됐고, 설상가상으로 토지 소유주인 국방부마저 반대하면서 사업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에는 노원구의회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 계획을 백지화하고 국제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자는 특별위원회가 발족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1000가구), 수색역세권(2170가구) 등도 주민 반대나 복잡한 이해관계로 사업이 더디게 진행 중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용지라 하더라도 소유 부처, 지자체, 주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모두가 만족할 만한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