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정권 출범 후 최대 현안 해결
일단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미정상회담 준비
트럼프 행정부 거센 관세 압박 속 윈윈 평가
첫 방미길 '경제+안보' 한미동맹 강화 주목
[서울=뉴스핌] 김종원 기자 = 이재명정부가 출범 57일 만에 최대 현안인 한미 간의 관세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고 2주 후에 한미 정상회담까지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국가 부채난이 심각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2기가 시작된 지난 1월부터 관세를 무기로 당장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관세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정부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한국에서 직접 미국으로 날아간 외교안보 수장인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만나주지 않고 한국 대미협상단 방미 직전에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한국을 거세게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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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3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다만 트럼프·이재명 한미 정상이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한미 두 나라가 31일 직접 발표한 이번 관세협상은 일단 한미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시너지와 미래 협력을 여는 돌파구 마련은 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 대통령도 2주 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 방미길이 다소 홀가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출범 2달여 만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번 관세협상 타결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양국 간 경제와 안보 현안을 어떻게 해결하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주 후 미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을 직접 공개함에 따라 이번 관세협상에 따른 한미 간의 후속 조치와 함께 한미동맹이 보다 굳건해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한미, 완전·포괄 합의" 환영 표명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 무역협상단을 접견한 후 소셜미디어에 미국이 한국과 무역합의를 도출했다고 직접 올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가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합의를 체결했음을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면서 "내가 직접 선정한 투자 프로젝트에 총 3500억 달러(487조원)를 한국이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1000억 달러(139조원) 어치 구매하기로 했으며 자국의 투자 목적을 위한 거액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금의 정확한 규모는 앞으로 2주 안에,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양자회담을 위해 방문할 때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며 선거가 끝난 지 57일 만에 극히 이례적인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매우 만족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며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이번 관세협상에 4500억 달러(626조원)에 달하는 조선 중심 대미 투자 펀드인 3500억 달러와 에너지 구매 카드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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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귀국행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질 혜택' 한국 기업에 돌아올 것으로 기대
'급전'(急錢)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을 극적으로 설득하면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 조선산업 역량이 대미 관세 협상의 결정적 돌파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세게 압박했던 25% 상호관세는 15%로 10%p 낮췄다. 25%로 적용 중인 자동차 품목 관세도 15%로 낮아졌다. 일본·EU와 같은 조건이다.
사실 한국 정부는 주요 국내 기업들의 대미 생산시설 직접 투자 계획을 묶어 '1000억 달러+알파(α)' 수준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미 측이 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투자 펀드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산업 전용 펀드로 조성된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원전 등 미국이 중요하게 육성하려는 전략 산업에 두루 투자하는 범용 펀드로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한일 펀드로 육성하려는 전략산업 대부분이 한국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여서 결국 실질적 혜택이 한국 기업에 되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李대통령 "수출 환경 불확실성 제거" 안도
이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올려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로 큰 고비를 넘겼다고 안도했다. 이 대통령은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성과를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는 한미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조선과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긍정적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업 재건이라는 미국의 이해와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확대라는 한국의 의지가 맞닿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