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막판 총력전...농축산물 협상 테이블 오를 전망
상인들 "한우와 수요 분리돼 큰 영향 없을수도...유통·식당은 긍정적"
소비자 "광우병 파동 이후, 찝찝한 마음이 남아...안 사먹을 것"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차피 요새 다 장사가 안돼서…"
한미 관세협상이 막판 총력전에 접어들며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상호 관세부과를 사흘 앞둔 29일 오전, 서울 성동구 마장 축산물시장에서 한우를 파는 70대 상인 A씨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면)미국산을 먹느라 한우 수요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어차피 (지금도) 한우가 안 나가서 미국산 신경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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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이 막판 총력전에 접어들며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전 방문한 마장동 축산물시장. [사진=고다연 기자] |
평일이어서 그런지 축산시장에 손님들은 많지 않았다. 상인들은 분주하게 고기를 썰거나 옮겼다. 더위에 지쳐 선풍기 앞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 상인들도 있었다.
붉은 불빛의 냉장 진열대에는 각종 생고기가 부위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시장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는 취재진에게 "어떤 상품을 찾으시냐"며 묻기도 했다. 칼 여러 개를 나란히 놓고 갈거나 냉장 차량에 고기를 싣는 상인들도 있었다.
70대 상인 김모 씨는 "가격을 낮춰서 수입되니 한우 판매에 영향이 아예 없진 않을 것 같지만 영향이 크진 않을 것 같다"며 "미국산도 좋은 고기들은 좋다"고 설명했다.
한우와 미국산 소고기의 수요가 분리되어 있어 큰 영향은 없을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가게 앞에 서있던 40대 오준호 씨는 "한우는 배고파서 먹는다기보다는 기념일에 먹거나 선물을 하거나 이럴 때 찾는 분들이 많고 수입육은 가족들이 편하게 먹을 때 찾는 분들이 많다"며 "아마 소비자 층이 달라서 한우 업계에 큰 영향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육을 함께 판매하는 40대 상인 박모 씨는 "개월 수를 안 따지는 소비자들도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수입육에 대해 관대해진 것 같다"며 "한우는 원래 소비하는 분들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도 "맛과 가격이 괜찮으면 주력으로 판매 할 수 있다"면서 "손님들이 찾으면 결정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저렴한 가격에 소고기를 유통·활용할 수 있는 식당과 유통업계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40년 넘게 축산 유통업에 종사했다는 60대 상인 B씨는 "저렴한 30개월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면 식당들은 아마 좋을 것"이라며 "유통 쪽 매출도 아마 더 나아질 것 같다"고 예측했다. 한우 가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타격이 있을 수 있는데 결국 덜 팔리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될 경우 소비자의 반응은 아직 미지수다. 50대 주부 김모 씨는 "광우병 파동 이후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찝찝한 마음이 남아 있어 사먹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이면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협상에서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를 우리나라에 요구하고 있다. 요구이긴 하지만, 사실상 강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더 많다.
미국 측 압박이 강해지자 한국 역시 그동안 협상 불가 영역이었던 소고기와 쌀 시장 개방을 일부 양보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는 구이용보다 가공육으로 햄버거 패티 등에 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농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28일 한국농축산연합회 등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연령 제한과 사과에 대한 식물검역은 국내법과 WTO 등 국제협정 등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며, 국민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문제"라며 "농축산물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해 식량주권과 국민건강권을 반드시 사수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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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진열대 모습 <뉴스핌 DB> |
gdy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