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첫 홀에서 해저드 빠뜨리고도 칩인 버디…첫 메이저 챔프
티띠꾼, 세계 1위 눈앞에 두고 분루…이소미 최혜진 공동 14위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운명의 18번 홀(파5). 교포선수 그레이스 김(호주)에게 '18번 홀의 기적'이 연거푸 일어났다.
12번 홀(파4) 더블보기로 우승권에서 멀어진 그레이스 김은 15번 홀(파5), 16번 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하지만 선두 지노 티띠꾼(태국)과는 2타 차. 18번 홀에서 친 회심의 세컨드 샷은 홀을 훌쩍 지나쳤으나 경사를 타고 다시 내려와 1m 앞에 붙었다. 이글을 기록한 그레이스 김은 티띠꾼과 동타를 이뤘지만 18번 홀은 버디를 쉽게 잡을 수 있는 홀이어서 여전히 가슴을 졸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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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김. [사진=LPGA] |
뒷 조의 티띠꾼은 세컨드 샷을 안전하게 끊어간 뒤 세 번째 친 웨지샷이 홀 2m 옆에 붙었지만 집어넣지 못했다. 우승할 경우 넬리 코르다(미국)의 장기집권을 저지하고 세계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는 챔피언 퍼트였다.
결국 연장에 들어간 첫 번째 승부에선 더욱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졌다. 그레이스 김이 친 세컨드 샷은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그린 앞 해저드로 향했다. 티띠꾼은 그린을 놓쳤지만 근처에 떨어졌다. 그린을 향해 걸어가는 티띠꾼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그레이스 김이 벌타를 받고 네 번째 친 어프로치는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티띠꾼은 어프로치 후 2m 버디 퍼트를 이번엔 성공시켰다.
연장 두 번째 승부에서 그레이스 김은 세컨드 샷을 홀컵 3m 옆에 붙였고, 티띠꾼은 그린을 미스했다. 결국 그레이스 김은 내리막 이글 퍼트를 그림처럼 집어넣어 긴 역전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연장전 두 번 포함해 이날 18번 홀에서만 5타를 줄인 그레이스 김은 승리가 확정되자 샴페인 세례를 받은 뒤 캥커루 인형을 안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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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김. [사진=LPGA] |
그레이스 김이 13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파71) 마지막 날 4라운드 정규 홀에선 이글 2개와 버디 4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그레이스 김은 지노 티띠꾼(태국)과 2차 연장 끝에 첫 메이저 퀸에 올랐다.2023년 4월 롯데 챔피언십 이후 2년 3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승째를 따낸 그레이스 김은 상금 120만달러(약 16억5000만원)를 받았다.
이로써 올해 LPGA 투어는 18차례 대회에서 다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투어 출범 후 가장 많은 대회를 치르고도 다승자가 나오지 않은 기록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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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골프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 로티 워드. [사진=LPGA] |
우승했더라면 첫 메이저 우승과 세계 랭킹 1위를 동시에 따낼 수 있었던 티띠꾼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 로티 워드(잉글랜드)는 이날 7타를 줄이고 먼저 경기를 끝낸 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이민지(호주)와 함께 13언더파 271타로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워드는 지난주 LET 아일랜드오픈에서 6타 차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고, 메이저 대회에서도 선두 경쟁을 벌여 세계 여자 골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워드는 이번 대회 25위 안에 들면서 LPGA 회원 자격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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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미. [사진=LPGA] |
한국 선수 가운데는 최혜진과 이소미가 8언더파 276타로 가장 높은 공동 14위에 올랐다. 3라운드에서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였던 이소미는 15번 홀 더블보기, 16번 홀 보기로 막판에 무너졌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