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의 교통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당한 지 몇 시간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자살로 추정되지만 그의 사망 시간이 해임 전인지 후인지 불분명하고, 특히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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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로만 스타로보이트(오른쪽) 교통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 [사진=크렘린궁] |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 현지의 여러 텔레그램 채널을 인용해 "로만 스타로보이트(53) 교통장관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된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의 사망에 대해 '미심쩍은(suspected) 자살'이라는 표현을 썼다.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스타로보이트의 시신은 모스크바 서쪽의 교외 마을 오딘초보에 있던 테슬라 모델X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며 "그는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그의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라면서 "주요 추정은 자살"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그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권총도 나왔다고 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스타로보이트의 해임을 알리는 법령이 이날 오전 크렘린궁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되었으며, 차관 안드레이 니키틴이 장관 대행으로 임명됐다"고 말했다.
스타로보이트의 사망은 그가 주지사로 재직했던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서 방어 요새 건설과 관련된 예산의 횡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발생했다.
러시아 사법당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있으며, 이미 고위 공무원 여러명을 구속했다.
지난 2019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 쿠르스크 주지사를 역임했던 스타로보이트와 그의 후임자인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주지사 대행도 모두 수사망에 올랐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이 감행되기 전에 방어 시설을 구축하라고 쿠르스크에 2억3000만 달러를 지원했는데, 이중 1200만 달러 이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횡령 사건에 스타로보이트 장관이 연루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FT는 "스타로보이트의 사망은 우크라이나 전쟁 도중 있었던 각종 정책 결정과 관련해 사법당국이 조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발생한 첫 번째 자살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망이 우크라이나 드론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에 대한 푸틴의 분노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러시아 매체들은 "지난주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영공에 침입하면서 러시아 항공기 300여편이 불이 묶이는 등 큰 불편이 발생했고, 이에 푸틴이 크게 화를 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