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 이스라엘 비난에 그쳐
엘리트와 주민 동요 우려한 듯
"트럼프와 대립각 피하려는 뜻"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미국이 B-2 폭격기를 이용해 포르도 등지의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한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북한은 관련 보도를 않으며 함구하고 있다.
23일 아침 발간된 노동신문과 관영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은 1면에 노동당과 총비서 김정은을 찬양하는 보도를 냈지만 미군의 대 이란 관련 군사작전 사항은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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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하순 고농축우라늄(HEU) 추출 설비인 원심분리기 다발이 설치된 장소를 찾아 간부들과 돌아보고 있다. 북한은 관련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5.06.23 yjlee@newspim.com |
국제소식을 전하는 6면에 러시아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20일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핵 참사를 몰아올 것"이라고 비난한 소식을 싣는데 그쳤다.
같은 면에 이란 외무상이 20일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을 규탄했다는 내용과 레바논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19일 낸 입장을 전했지만 역시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타격에 대해서는 사실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평북 영변이나 강선 등지의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격 가능성을 엘리트 간부와 주민들이 떠올릴 수 있다는 측면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로 치닫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자칫 이번 사태가 체제동요나 북핵 시설에 대한 타격 공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함구하는 것이란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핵 협상을 통해 사실상의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이나 북미 관계 개선, 대북제재 해제 등을 노리고 있는 김정은이 미국과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우는 걸 피하려고 관련 사안을 언급 않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달 말 상반기 결산 성격의 노동당 전원회의를 김정은 주재로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입장이나 대외정세 관련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해 9월과 올 1월 김정은이 고농축우라늄(HEU) 추출을 위한 원심분리기인 캐스케이드(cascade)가 대량으로 설치된 장소를 방문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관련 시설의 위치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