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자원 확보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
심해 망간단괴(폴리메탈릭 노듈) 채광
고려아연 제련기술 활용해 사업 협력 및 확대 추진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고려아연이 전략광물과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각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The Metals Company(TMC)'에 투자한다.
치열해지는 자원 확보 경쟁 속에서 유망한 자원 공급처를 선제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국과 미국의 공급망 협력과 경제안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16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사 TMC 지분 약 5%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계약 체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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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울산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
계약 전 마지막 날 종가 기준으로 약 8500만 달러(한화 1165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으며, 향후 TMC의 시장 가치와 성장성이 확인될 경우 일정가격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할 권리까지 계약 조건에 반영했다.
TMC는 심해에서 니켈과 코발트, 동(구리), 망간 등을 함유한 망간단괴(poly‑metallic nodules·폴리메탈릭 노듈) 채광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재생에너지,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들을 확보하고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로 향후 TMC가 채취한 자원을 국내외에서 제련하는 등 사업적 연계와 협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양사는 미국 내 시설 투자 등 추가적인 협력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자원 독점화를 저지하고 자원 안보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TMC는 연내에 채광 허가를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공급망 자립화 노력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아연의 TMC에 대한 지분 투자는 한미 간 자원 안보 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대한민국 정부의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도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로 니켈은 물론 구리, 코발트, 망간 등을 함유한 망간단괴를 안정적으로 조달받아 당사 제련소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자회사 켐코를 통해 오는 2027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올인원 니켈제련소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제련소의 원료 공급처 중 하나로 TMC를 추가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다. 나아가 TMC사로부터 공급받은 원료를 가공한 제품을 미국에 판매한다는 점에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 핵심 광물 공급망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하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이번 투자로 고려아연은 탈중국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TMC 역시 비중국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당사와의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양사는 자원 생산 개시 후 초기에는 고려아연의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통해 제품을 가공하고, 향후에는 미국 내 니켈제련소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TMC사와 협업을 꼼꼼하게 검토하며 사업적, 경제적 타당성을 확인했다.
이번 투자는 미국 정부의 '외국 우려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 지정과 세제 혜택 배제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정부는 외국 우려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 지정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 특정 국가가 관여한 핵심광물에 IRA 혜택을 제외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중국 등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공급망 배제를 통해 미국의 기술 자립도를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최대 생산국으로 자리하고 있고, 2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역시 중국 자본이 개입된 만큼 미국 정부의 외국 우려기업 지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건 쉽지 않다.
이에 고려아연 TMC의 협력은 미국 정부의 외국 우려기업 규제에 걸리지 않는 공급망 구축이란 점에서 의미 있고 경쟁력 있는 협력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신규 투자 외에도 최근 안티모니와 인듐 등 핵심 전략광물의 대미 수출량을 확대하며 한미 간 공급망 협력과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 등으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투자 유치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 1위' 제련기업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와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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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진은 "니켈과 동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려아연의 정교한 성장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이러한 시각에 기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TMC에 투자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TMC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니켈과 동 생산업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 내 전략광물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제련능력 확충이 특히 중요하다"며 "고려아연과 TMC의 새로운 파트너십은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에 독립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독보적 니켈 공급망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고, 고려아연의 미국 내 입지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TMC는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2011년 설립된 뒤 2021년 현재 사명으로 변경하고 나스닥에 상장했다.
TMC는 동태평양 CCZ(Clarion-Clipperton Zone, 멕시코 서부 해안)의 심해저 망간단괴 프로젝트에 대한 광업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NORI-D 프로젝트는 국제기준(NI43-101) 매장량 평가를 완료하고 PFS(2025년 3분기 완료 예정)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현재 TMC는 동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톤(CCZ) 해역에서 망간단괴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탐사권과 채광권을 신청했다.
일본의 최대 페로니켈 생산업체인 PAMCO와 협업해 고품위 니켈·동·코발트 합금과 망간 실리케이트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해양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인 올시즈(Allseas)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심해저 채광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망간단괴 채광이 본격화할 경우 10년간 니켈 약 70만톤 이상을 생산할 뿐 아니라, 동 50만톤과 코발트 60만톤 이상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켈은 첫 해 1만톤을 시작으로 연간 최대 채광 생산량은 12만톤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해저 심해광산의 광산수명은 20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TMC 생산 공정은 심해 해저에서 망간 단괴를 수집하도록 설계돼 있고, 혼입된 퇴적물 90% 이상은 수집기 내부에서 분리·배출되며 대부분의 퇴적물은 해저로 다시 침전되는 방식으로 환경 영향도 최소화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망간단괴는 바다 바닥, 특히 심해 평원에 분포하는 둥글고 단단한 덩어리로, 망간(Mn)과 철(Fe)을 주성분으로 하며 니켈(Ni)과 코발트(Co), 구리(Cu) 등 유용한 금속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코발트와 니켈의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망간단괴는 주로 심해저에 존재하며,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튼 지역(Clarion-Clipperton Zone)과 인도양, 대서양 등에 분포하고 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