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가전제품 8종 고율 관세 적용
북미 판매 가전 가격 인상 압박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달 말부터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주요 가전제품에 쓰이는 철강 파생제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한국 가전업계에 다시 한 번 비상이 걸렸다.
미국 상무부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공고문에서 오는 23일부터 철강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관세 대상은 냉동고가 포함된 냉장고, 대형 건조기, 세탁기, 조리기기, 음식물 처리기 등 8개 제품군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연장선으로, 기존 25%였던 세율이 최근 두 배로 상향된 데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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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 전경. [사진=LG전자] |
국내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부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상당수 품목은 한국과 베트남, 멕시코 등에서 제조돼 수출되는 구조여서 이번 관세 강화로 인한 직접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적용 국가인 멕시코에 가전 생산 거점을 집중해왔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을 만들고 있다. LG전자도 멕시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 세 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가전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관세 압박에 출고가 인상과 생산지 이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북미 생산 확대라는 전략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프리미엄 제품 확대와 함께 생산기지 이동을 검토 중이며, LG전자 역시 테네시 공장의 세탁기·건조기 물량을 늘리는 한편, '스윙 생산 체제'를 활용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서울대 특별강연에서 "관세 인상 폭이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미국향 가전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며 "미국 공장 증설은 사실상 가장 마지막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