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송승기, 토종 선발 평균자책점 1위로 맹활약
kt 안현민, 5월에만 9개의 홈런으로 리그 폭격
[서울=뉴스핌] 남정훈 인턴기자 = 2025 시즌 신인왕 경쟁의 중심에는 예상과 달리 '중고 신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LG 선발투수 송승기와 kt 외야수 안현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졸 루키들이 주목받던 기존 흐름을 깨고, 군 복무 후 1군 무대에 본격 등장한 두 선수가 신인왕 판도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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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LG의 선발 투수 송승기가 지난 8일 고척 키움과의 경기에 출전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 = LG] 2025.06.08 wcn05002@newspim.com |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입단한 '순수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신인왕 수상자 명단을 장식하고 있다. 2017년 이정후(키움, 현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2018년 강백호(kt), 2019년 정우영(LG), 2020년 소형준(kt), 2021년 이의리(KIA), 그리고 2024년 김택연(두산)까지 최근 8시즌 중 6명이 고졸 신인이 신인왕에 선정됐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5년 차 정철원(두산, 현 롯데), 2년 차 문동주(한화)가 신인왕에 오르며 '중고 신인'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이처럼 입단 연차에 상관없이 신인왕이 될 수 있는 이유는 KBO의 신인왕 자격 규정 때문이다. KBO는 최근 5년간 1군 출전 기록을 기준으로 신인 자격을 판단한다.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 이하일 경우 신인 자격을 유지하게 되어 있어, 입단 후 시간이 지나도 1군 경험이 적다면 신인왕 수상이 가능하다.
이번 시즌 역시 전문가들은 빠른 공과 안정된 제구력을 갖춘 고졸 신인들, 예컨대 정현우(키움), 정우주(한화), 배찬승(삼성), 김영우(LG) 등을 신인왕 후보로 점쳤다. 그러나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송승기와 안현민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경쟁 구도를 뒤흔들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LG의 좌완 선발 송승기다. 송승기는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 8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송승기는 2022년 1군 첫 발을 들여 7경기 8.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1경기 1이닝을 던진 후 군대로 향했다.
당시 경헌호(현 SSG) 투수코치는 송승기를 빨리 군대로 보내고 돌아오면 선발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고, 송승기의 잠재력을 알아본 LG가 빠르게 군대로 보낸 것. 송승기는 상무로 입단한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2023년 첫 시즌부터 16경기 70.1이닝 5승 1패 평균자책점 2.82로 가능성으로 보여준 그는 2024년 20경기 104.2이닝 11승 4패 평균자책점 2.41로 퓨처스리그(2군)를 평정했다. 특히 입대 전 시속 144km였던 포심 패스트볼이 148km까지 증가했으며, 포크볼까지 장착해 타자들을 요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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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LG의 선발 투수 송승기가 지난 3일 잠실 NC와의 경기에 출전해 6이닝 무실점으로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 = LG] 2025.06.03 wcn05002@newspim.com |
이번 시즌 LG의 5선발로 출발한 송승기는 기대 이상이다. 그는 현재 12경기 70.1이닝 7승 3패 평균자책점 2.30으로 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가 됐다. 지난 8일 키움과의 경기에서도 7이닝 무실점으로 토종 선발 평균자책점 1위에 등극했다. 그뿐만 아니라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4, 피안타율 0.194로 주자를 잘 내보내지도 않으면서,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다.
LG의 염경엽 감독은 송승기의 투구에 대해 "직구 구속이 145km여도 파울이 많다. 이는 공의 수직 무브먼트와 회전수(RPM) 덕분"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강점을 강조했다.
송승기 본인은 변화구 제구가 안정된 점을 상승세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요즘 변화구 제구가 많이 좋아져 쉽게 가는 것 같다"라며 "내게 유리한 카운트를 빨리 만들다 보니 더욱 쉽게 승부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송승기는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는 "나만 잘하면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신인왕은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지금 맡은 자리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며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니 이닝을 끌어주고 최소 실점으로 팀이 잘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투수에 송승기가 있다면 타자에는 거포 안현민이 있다. 안현민은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로 kt의 지명을 받았으며, 같은 해 8월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빠르게 병역 의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것이 팀과 자신에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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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kt 안현민이 지난 5일 대전 한화와의 경기에서 1회 솔로 홈런을 때린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사진 = kt] 2025.06.05 wcn05002@newspim.com |
안현민은 상무에 입단하지 못했지만, 취사병으로 군 생활을 보내며 야구에 대한 생각을 정립했다. 또 군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하게 하며 10kg 이상 체중을 불렸고, 근육량도 늘렸다.
안현민도 군대가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상무에 가지 못한 게 아쉽기도 했지만, 빠르게 병역을 마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면서 "무엇보다 군대에 가서 야구에 대한 생각을 정립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전역 후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안현민은 2024시즌부터 퓨처스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그는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2 4홈런 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9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번 시즌도 그는 잠재력이 폭발해 19경기 타율 0.426 5홈런 18타점 OPS 1.270으로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을 틈타 1군으로 콜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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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kt 안현민이 지난 5일 대전 한화와의 경기에서 3회 적시타를 기록한 뒤 진루하고 있다. [사진 = kt] 2025.06.05 wcn05002@newspim.com |
1군에서도 상승세는 멈출 줄을 모른다. 중요한 상황 때마다 홈런과 타점으로 팀의 중심타선을 이끈 안현민은 이번 시즌 36경기 타율 0.328 10홈런 35타점 OPS 1.069로 리그 최상위권 타자로 발돋움했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만 9홈런을 몰아쳤고, 5월 29타점으로 공동 1위, 장타율 0.706과 득점 18점은 각각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현민은 특급 활약에 신인왕 욕심도 내비쳤다. 그는 "욕심이 없다고는 못할 것 같다. 시즌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개인 타이틀은 어려울 것 같고 유일하게 신인왕은 노려볼 수 있겠다 싶었다. 올해 할 수 있는 건 딱 그것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