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사태→CJ CGV 신종자본증권 발행 '미매각'
회사채 양극화 심화...연말 하이일드펀드 혜택 사라져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연기로 국내 저신용 회사채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비우량 채권에 대한 기피현상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에선 회사채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저신용 기업의 돈줄이 더 막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CJ CGV는 신종자본증권(BBB+) 발행을 위해 4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CJ CGV는 희망 금리로 5.8~6.1%를 제시했음에도 기관 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100억원만 조달할 수 있었다. 이는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면서 투자심리 위축이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손보의 채권은 2020년 5월 발행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발행수익률 5%)으로, 10년 만기 조건에 따라 발행 5년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후순위채 투자자는 관행적으로 콜옵션 행사 시점을 실질 만기로 간주하고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번 콜옵션 행사 보류는 투자 신뢰도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 금융위원회 자본적정성 4등급을 받은 롯데손보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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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롯데손보가 당국 및 시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에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송주원 기자] |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 연기 사태는 CJ CGV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뿐 아니라 회사채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저신용 회사채에 대한 기피현상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A-등급 회사채의 비중은 이달 19일 기준 1.4%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5년 6.6%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비율이다. 같은 기간 BBB등급 회사채 비중 또한 4.9%에서 1.4%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홈플러스 사태 이후 또 다시 저신용 회사채 전반의 수요가 위축되며 유동성 리스크를 자극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A-급 이하 저신용 채권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시장 신뢰가 흔들릴 경우 해당 등급 전체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자금융통성을 고려했을 때 펀더멘탈이 부실한 기업은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채권 상환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꺼리는 심리가 확산된다"며 "펀더멘탈이 부실하거나 신용등급 열위 기업의 경우 스프레드 확대 기조로 인해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며 회사채 시장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BBB등급 이하 채권 투자를 지원하는 정부 지원 정책이 올해 말 일몰될 예정이어서 기업 돈줄이 더 막힐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신용등급에 따른 수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BBB등급 이하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 투자자에게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부여해왔다. 이 정책이 일몰되면 BBB등급 회사채 수요가 더욱 줄어 차환 시 더 높은 금리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이일드 채권 혜택이 사라지면 투자자들의 선호가 우량 채권으로 쏠리며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