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상승·대규모 전세사기...공공임대주택 관심 높아져
향후 정책 수요 더욱 늘어날 전망...사업 지속성 확보 필요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 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매수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이 확대되는 동시에 대규모 전세사기로 전세시장이 불안정해지며,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임대 사업에 수요가 쏠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주거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공급 확대·재원 마련 등 해당 사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SH공사에 따르면 지난 21일 마감된 제47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모집공고 접수 결과 최종 청약 경쟁률은 39.3대 1로 집계됐다. 직전 차수(제46차·17대 1)보다 경쟁률이 상승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7월(제44차·14.3대 1)과 비교해도 더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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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모집 청약 경쟁률.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장기전세주택 사업은 SH공사가 무주택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주변 시세의 80% 이하 전세보증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프트(SHift)'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정책이다. 2011년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으로 교체되며 사업이 정체됐었지만 2021년 오 시장의 재취임 후 '장기전세주택'이라는 사업명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모집에서는 일반1순위 신청에서 호반써밋 개봉 전용면적 59㎡의 경쟁률이 879대 1로 가장 높았다. 문래동모아미래도 전용면적 59㎡(469대 1),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39㎡(445대 1), 힐스테이트 강동 리버뷰 전용면적 84㎡(307대 1) 등에서 높은 경쟁률이 나타났다.
이렇듯 높은 정책 수요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울시내 주택 매매가 및 전세가의 불안정성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한다. 이 사업은 분양전환이 되지 않지만 임차인이 최장 20년까지 거주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주거 안정성이 높다. 또 연간 최대 5% 이상 임대료를 올릴 수 없도록 제한돼 있어 가격변동성이 낮다. 이런 장점과 최근 부동산시장의 상황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장의 전세 시세에 비해 보증금이 저렴하고 20년동안 거주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분양가가 오르며 주택을 분양받기 어려워진 동시에 전세사기 등으로 전세 시장이 흔들리며 장기전세주택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장기전세주택 거주자는 입주 후에도 청약 통장을 활용해 분양 주택에 자유롭게 청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할 자금과 여력을 마련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는 중간 주거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매입에 대한 수요가 계속 존재하지만 매수자의 자금 준비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차선으로 임대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장기전세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도심 접근성이 용이한 단지를 택할 수 있어 정책 수요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 사업의 청약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신규 주택 건설이 가능한 가용 부지가 부족한 상황으로, 공급 제약 및 주택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탓이다. 이에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관련 재원 확충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치솟는 상황이지만 시의 재원은 한정돼 있다"며 "재원 확보 방안을 고려해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더욱 많은 수요자에게 주거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