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담판 결렬...오늘 또 회동
당 강제 로드맵...선호도 조사로 후보 교체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한덕수 예비 후보의 단일화 담판이 결렬됐다. 두 후보는 8일 오후 4시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단일화 합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8일 TV 토론을 거쳐 9일까지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단일화 로드맵'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실상 강제 단일화다.
당 지도부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총회에서 이 같은 로드맵을 의원들에게 설명한 뒤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의결했다고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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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2025.05.07 pangbin@newspim.com |
당이 마련한 로드맵은 8일 오후 6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한 일대일 토론회를 실시한 뒤, 이날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후 4시까지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여론조사는 경선 때와 마찬가지로 '당원 투표 50%·일반 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이다.
신 수석대변인은 "두 후보 사이 단일화 협상이 진전이 안 돼 마련한 강력한 '플랜 B'"라며 "단일화를 하면 좋겠다고 촉구하는 성격이지, 후보 사이 단일화가 되면 이건(로드맵) 필요 없다"고 했다.
그는 "90% 가까운 당원이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고, (이에 반대하는) 몇몇 의원의 의견보다 우선한다고 판단했다"며 "후보 두 분이 합의가 안 되면 여기(로드맵)를 따라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토론회가 무산되더라도 그대로 여론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신 수석대변인은 '단일화 로드맵' 제안에 대해 "우리가 준비한 사항을 (후보들에게) 차례로 말씀드리는 것이지, 강요하거나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사실상 김 후보를 향한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한 후보 측은 당의 로드맵을 즉시 수용했고, 김 후보 측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토론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한 후보는 후보 등록 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고, 김 후보는 버티기로 11일을 넘겨 후보 자리를 굳히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신 수석대변인은 이 같은 지도부 결정 사항이 '당헌 74조 2항의 특례를 발동한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조항은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은 선관위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는 특례 규정이다.
당 지도부는 조속한 단일화를 원하는 당원들의 여론이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한 특례를 적용할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김 후보가 당의 로드맵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선호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후보 교체를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11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힘이 이 같은 강제 로드맵을 추진할 수 있지만 민주적 정당성과 법적 문제 등이 불거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윤상현 의원은 "절차적 정당성, 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한다"며 "만약 이런 식으로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강제하게 되면 이 당은 더욱 더 법적 공방으로,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이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경선 과정의 후보 단일화 약속의 이행 여부는 정치적, 도덕적 문제로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에 하나 한 후보의 선호도가 높게 나와 이를 토대로 후보 교체를 시도하더라도 법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후보 간 합의 없이 이뤄진 선호도 조사가 후보 교체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여론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설령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이런 진흙탕 싸움을 통해 선출된 후보가 과연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설득할 수 있느냐다.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의힘의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로는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0%가 넘는 지지율로 독주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법원의 재판 연기로 사실상 사법 리스크에서도 벗어난 상태다.
국민의힘이 똘똘 뭉쳐도 힘든 상황에서 극단적인 내홍으로 치닫고 있다. 제대로 된 게임은커녕 자멸하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leej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