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장 독점으로 매출 급성장...광고단가 상승에 개인 변호사 고사직전
대법관 출신 영입한 YK, 중앙지검장 출신 영입한 대륜
"대기업 사건 대형로펌 고착화...대기업과 신뢰쌓기 어려워"
[편집자주] 최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분사무소를 두고, 온라인 광고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이 빠르게 세를 확장하며 로펌 업계에 새로운 지형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법률 소비자의 민원 증가 등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네트워크 로펌 명암' 3회 기획을 통해 이들 로펌의 부상 배경과 업계 변화, 제도적 허점, 정부 대책 등을 심층적으로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현구 김지나 기자 = 네트워크 로펌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법무법인 YK와 대륜은 광고 시장 독점을 통해 지난해 로펌 업계 매출 10위권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업계에 큰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이들은 판·검사 등 전관 출신들을 영입에 집중하며 종합로펌으로 전환을 꿰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 거래(B2C) 시장에서 키운 몸집을 기업 간 거래(B2B) 시장까지 연결해 명실상부한 '대형 로펌'으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4일 법조계 안팎에선 네트워크 로펌들이 대형 로펌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시장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공고한 기업과 대형 로펌의 관계를 깨기 어려우며, '박리다매' 로펌 이미지를 탈피하는 등 전환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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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사이트 최상단에 위치한 네트워크 로펌들. [사진=네이버 캡쳐] |
◆ 광고 중심의 시장 변화…네트워크 로펌의 독점
YK와 대륜이 로펌 업계에 불러온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광고 시장의 독점이다. 그리고 업계에서는 이같은 지각 변동에 몇 년간 이뤄진 변호사 수의 급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2년 1만명을 넘어선 변호사 숫자는 2021년 단 9년 만에 3만명을 돌파했다. 변호사 시장은 2020년부터 매년 1700명 이상의 새로운 변호사가 쏟아지면서 과잉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과잉경쟁 구도 속에서 광고의 필요성과 영향력은 점차 커졌다. 과거엔 사건을 따오는 '사무장' 내지는 '브로커'의 영업 능력이 사건 수임에 큰 영향을 줬다면, 이제는 이런 대면 영업보다는 의뢰인이 변호사에 대해 직접 조사하고 여러 변호사를 만나본 뒤 수임을 맡기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광고 시장을 장악한 것이 네트워크 로펌이다. 네트워크 로펌은 일반인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부터 맘카페, 당근마켓 등 지역 기반 플랫폼 등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광고를 통한 매출 증대는 곧 네트워크 로펌들의 광고비 규모 증대로 이어졌다. 네트워크 로펌들이 광고 시장 파이를 차근차근 먹어가는 사이, 소규모 로펌이나 개인사무소는 늘어나는 광고 단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서초동에서 10년 넘게 변호사 생활을 한 변호사는 "네트워크 로펌으로부터 직격타를 맞은 곳은 개인 사무실, 특히 지방 변호사들이 대부분"이라며 "홍보 수단이 사실 인터넷밖에 없는 시장에서 물량으로 지방까지 광고를 독점해 버리니 사건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네트워크 로펌 변호사는 "과거 법조계의 문제 중 하나였던 '전관'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양질의 법률 서비스라도 가능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자본력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가 됐고, 업계를 사업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전관이 먹던 파이를 영업 잘하는 장사치가 먹어가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 '박리다매 로펌' 이미지 탈피 등 네트워크 로펌 과제
네트워크 로펌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매출 규모에서 대형 로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편, B2C 중심의 로펌, 박리다매 로펌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B2B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 로펌들은 최근 전관 영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YK는 지난해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 대륜은 올해 조영곤 전 중앙지검장 등을 영입했다.
이들이 B2B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B2C 시장의 경우 점점 경쟁이 치열한 반면 B2B 시장엔 진입장벽이 높으면서 더 큰 파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 사건에선 분야별로 투입되는 변호사도 많고 소송이 장기화되는 경우도 많다 보니 수임료 또한 크게 늘어나기 쉬운 구조다.
이 때문에 기존 소위 '10대 로펌'이라고 불리는 대형 로펌들은 기본적으로 기업 법무를 추구하고 기업을 주고객으로 하고 있다.
YK 관계자는 "YK는 이미 종합 로펌이고 매출 비중은 공개할 수 없지만 B2C에 비해 B2B 사건 수도 절반 정도 된다"면서 "대기업 고객도 많지만 모두 공개할 순 없지만 자문 사건도 하고 있고 1~2개월 내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 법무 분야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그동안 대형 로펌들이 공고히 다져놓은 기업과의 관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소위 5대 로펌은 대기업들을 하나씩 맡고 있고, 다른 대기업들도 사건과 상황에 따라 그 밑에 있는 로펌들을 고려하는 방식이 고착화 돼 있다"며 "네트워크 로펌이 1~2년 만에 기업 자문 분야에서 이들을 상회할만한 전문성을 보여 신뢰를 얻기를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형 로펌이 스타 전관을 영입해 강점이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일을 잘하는 변호사들을 꾸준히 영입하고 이들의 실력이 바탕이 돼 인정받는 것"이라며 "대형 로펌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사건과 변호사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