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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베니스의 상인'을 다시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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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모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안토니오는 그의 친구인 바싸니오가 포오셔에게 구혼하는 것을 도우려고, 자금 융통을 위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을 찾아가 3천 두카트를 차용한다. 샤일록은 자신의 사업을 훼방놓고 유대인이라며 자신을 경멸해 온 안토니오에게 복수하기 위해 변제일까지 3천 두카트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어가기로 한 차용증서를 받는다. 바싸니오는 수수께끼를 풀고 포오셔를 아내로 맞이하지만, 그 사이 안토니오의 상선은 바다에서 침몰하고 샤일록에게 3천 두카트를 변제하지 못한 안토니오는 법정에 선다. 샤일록은 베니스의 법정에서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어가는 것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나, 법학박사로 분한 포오셔가 기지를 발휘해 샤일록은 재판에서 패소하고 자신의 재산을 잃는다. 마지막에 안토니오의 상선이 베니스에 도착하면서 안토니오는 자신의 부를 되찾고, 이야기는 끝난다.

[사진=홍정모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위의 내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베니스의 상인'(이하 '상인')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한 것이고 이 요약만 보자면 이야기는 평면적인 권선징악 이야기 같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필자가 '상인'을 처음 읽었던 것은 어렸을 때의 어린이용 이야기책을 통해서였고, 그때 필자도 이 이야기를 착한 사람들이 이기고 나쁜 샤일록이 망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법률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상인'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필자는 샤일록을 약간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샤일록은 어린 시절의 기억대로 단순히 돈만 밝히는 나쁜 사람일까? 샤일록은 베니스에서 경멸받는다. 심지어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러 간 자리에서도 샤일록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또다시 그대를 그렇게 부르고 싶소. 다시 침을 뱉고 다시 걷어차고 싶소. 만약 그대가 그 돈을 빌려주려거든 친구에게 빌려주듯 빌려주지는 마오. 우정이 있는사람이라면 그 누가 생식력이 없는 쇠붙이에 대한 이자를 친구에게 받겠소? 그러니 원수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야 내 파산하여 위약하게 될 경우 떳떳한 얼굴로 벌금을 받아낼 수 있을 거요."

샤일록이 경멸 받는 이유는 유대인이며, 고리대금업자이기 때문이다. 샤일록은 태생적으로 기독교 세계관과 조화될 수 없는 인물이다. 중세에 기독교는 노동의 대가가 아닌 금전에 대한 이자를 부정한 것으로 간주하였고, 그래서 유대인은 그 틈새를 파고들어 부를 축적했다. 샤일록은 이렇게 기독교 세계에서 경멸 받던 유대인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안토니오가 샤일록을 경멸하는 것은 당시의 가치관 아래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필자에게는 안토니오의 태도는 부당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샤일록을 일방적으로 경멸한 것은 안토니오가 아닌가? 그는 샤일록의 대부업을 훼방 놓았고, 그를 몇 번이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했다. "당신은 저를 이교도, 사람의 목을 무는 살인견으로 부르고 내 유대인 망토에 침을 뱉었습죠." 샤일록의 음모는 안토니오에 대한 복수심의 발로인데, '상인'을 읽으면서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보이는 태도를 보면 샤일록이 안토니오에 대해 복수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인지상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샤일록은 법정에서 울분을 담아 아래와 같이 자신의 코스모폴리타니즘을 피력하는데, 샤일록의 이러한 격정적 웅변을 읽을 때 더 이상 샤일록을 어릴 때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악당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나를 창피하게 만들었고, 50만 다가트의 이득을 취할 수 없게 했고, 내 손해에는 만족의 웃음을 지었고, 내 이득을 조롱했고, 내 민족을 경멸했고, 내 상거래를 방해했고, 내 친구들의 우정을 식게 했고, 내 원수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소. 그런데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이었소? 내가 유대인이기 때문이었소. 그래, 유대인은 눈도 없소? 유대인은 손도 없고, 오장육부도, 사지도, 감각도, 감정도, 격정도 없소? 기독교인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무기에 다치고, 같은 병에 걸리고, 같은 방법으로 치료하고, 같은 여름과 겨울에 더워하고 추워하는 거란 말이오. 우리의 살은 찔러도 피가 나지 않소? 간질여도 우리는 웃지 않소? 독을 먹여도 우리는 죽지 않소?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우리는 복수하지 말란 말이오? 다른 모든 일에서도 당신들과 같은데 그 점에서도 같을 것은 뻔하지 않소. 만약 유대인이 기독교인에게 부당한 일을 한다면 기독교인의 겸양은 무엇이겠소? 복수요! 만약 기독교인이 유대인에게 부당한 짓을 행한다면 그의 관용은 기독교인의 본보기를 따라 무엇이겠소? 당연히, 복수요! 당신네들이 가르쳐준 악행을 나는 실천하겠소.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부닥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교훈 이상으로 실천하겠소."

샤일록은 베니스의 법에 기대어 자신의 복수를 달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포오셔 때문에 그의 시도는 좌절되고 오히려 그 자신이 파멸한다. 그런데, 이 결과는 정의에 합당한 것일까? 샤일록은 단순히 계약의 이행을 소구(訴求)하였을 뿐인데 말이다.

'상인'에서 나오는 계약, 즉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하면 살을 떼어갈 권리를 채권자에게 부여하는 계약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 하에서는 유효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에야 이런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겠지만, 샤일록과 안토니오 사이의 계약이 당시의 베니스의 법률에 의해 유효하다면 샤일록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결과 안토니오가 죽음에 이르게 될지라도 말이다. 기독교 공동체인 베니스의 호의를 얻지 못하는 샤일록에게는 오로지 법이 유일하게 기댈 곳이다. 앨런 블룸은 그의 저서인 '셰익스피어의 정치철학'에서 이러한 샤일록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이 희곡 전체를 통해서 법률은 그의 유일한 호소이며 그의 유일한 권리이다. 그러므로 합법성이 선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 정의는 곧 합법성이다."

그렇다면 포오셔의 판결-1파운드 이상도, 이하도 떼어가서는 아니 되고, 피를 흘려서도 안 된다는-은 적어도 당시의 관점에서는 정의로운 결론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청구는 당연히 처분권주의상 허용되니 1파운드 이하의 살점을 떼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고, 피를 흘리는 건 살점을 떼낼 때 당연히 수반되는 결과이므로 이 논거를 들어 샤일록의 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샤일록의 청구는 베니스의 법률에 비추어 흠 잡을데 없음에도(포오셔마저도 이를 인정한다) 재판에서 샤일록은 패배한다. 왜 셰익스피어는 안토니오를 이기게 하고, 샤일록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을까? 앨런 블룸을 다시 인용하자면, 그들은 화합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들의 삶의 세계관, 즉 삶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에 관한 그들의 이해가 서로 대립되기 때문에 그들은 결코 서로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 그들은 공통의 토대를 갖고 있지 못하다." 기독교 세계의 인간과 유대교 세계의 인간, 우정을 추구하는 인간과 이윤을 추구하는 인간은 결코 타협할 수 없으며, 둘이 충돌하게 될 경우 어느 한 쪽이 파멸하여야 그 싸움은 끝난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는 다양한 세계관이 공존하는 코스모폴리탄적 세계에 대해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볼 뿐이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세계는 결국 조화될 수 없으며 한 쪽이 복속될 수 있을 뿐이라는 시각, 법률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공동체의 안쪽에 있는 사람뿐이라는 시각은 어쩔 수 없는 진리로서 수용해야 하는 것이며, 타협점은 전혀 없는 것일까? 이러한 결론은 너무 비관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취할 경우 '상인'에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포오셔가 최종 판결 이전에 샤일록을 설득하려 했다는 점이다. 포오셔는 이미 샤일록을 패배시킬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포오셔는 안토니오의 친우인 바싸니오와 결혼하게 되었으니, 샤일록을 편들 이유도 전혀 없다. 그런데도 포오셔는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에 샤일록을 거듭 설득한다.

"자비의 본질은 강압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마치 하늘에서 대지 위로 내리는 고마운 비와 같습니다. 이것은 이중의 축복으로 베푸는 자와 받는 자를 동시에 축복해줍니다. 이것은 가장 위력 있는 것 중에서도 가장 위력이 있습니다......따라서 자비심을 발휘하여 처벌을 완화시킬 때에 지상의 권세는 비로소 하느님의 권세에 가장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대인이여, 비록 당신이 요구하는 심판이 정당한 것이기는 하나, 이 점을 고려해보시오. 즉, 심판하여 처벌하는 것만을 고집한다면 누구도 구원받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도 자비를 위해서 기도드리며, 이 기도는 또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포오셔의 설득은,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상인'에서 셰익스피어가 보여주는 마지막 희망인 것처럼 보인다. 포오셔는 샤일록을 파멸시킬 방법을 이미 가지고 있었음에도 스스로 물러서고, 샤일록에게 자비를 간청한다. 자비심은 하느님의 권세에 가장 가까워지는 방법이기에, 포오셔는 같은 하느님을 섬기는 안토니오와 샤일록에게 이를 '공통의 토대'로 제안한다. 결국 셰익스피어는, 자비심에 기초한 포용과 타협을 통해서 다양한 가치관이 통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포오셔를 통하여 제시한 것이 아닐까? 일방적으로 경멸당했던 샤일록에게 자비를 요구하는 것도 못할 짓이 아닌가라는 찜찜함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필자는 대립과 파국 뿐인 결론보다는 포오셔의 간청에서 갸냘픈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홍정모 변호사

· 2023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
· 2016-현재 법무법인(유한) 화우
· 2016 제5회 변호사시험 합격
· 2016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2010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 2002 한영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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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없는 내 PC서 초대형 AI 돌린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애플과 메타플랫폼스가 인공지능(AI)에서 손을 잡았다. 보통 데이터센터 기반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AI 모델을 개인 컴퓨터에서 직접 돌리는 방식이다. 애플과 메타는 15일(현지시간) 메타의 새 오픈웨이트 모델 '뮤즈 스파크 오픈'을 애플 고성능 데스크톱에서 구동하는 협업을 공개했다. 파라미터가 8160억 개에 이르는 대형 모델이다. 파라미터는 AI가 학습한 내용을 저장하는 단위로, 많을수록 모델이 크고 성능도 높은 편이다. 맥스튜디오 2~4대를 연결하면 코딩이나 영상 분석 같은 작업을 맡길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에 맥에서 돌아가는 메타 에이전트 화면을 올리고 "뮤즈 스파크 오픈이 존 터너스(애플 CEO)와 애플의 작업 덕분에 새 맥스튜디오에서 훌륭하게 돌아간다"고 적었다. 터너스 CEO는 "이 정도 수준과 규모의 모델을 책상에서 바로 이렇게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다니 놀랍다"고 답했다. 핵심은 모델이 클라우드가 아니라 내 컴퓨터 안에서 돌아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AI를 쓰려면 대형 데이터센터에 깔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빌려 써야 했다. 맥스튜디오에서 대형 모델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은 애플 칩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신호다. CNBC는 이번 협업이 "AI 칩 시장에서 애플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이번에 자사 칩의 성능 측정 결과를 새로 공개하고, 하나의 AI 모델을 여러 대의 컴퓨터에 나눠 돌리는 기술 문서도 내놨다. 자체 소프트웨어 도구인 MLX를 통해서다. 개발자는 허깅페이스 같은 사이트에서 복잡한 설정 없이 애플용 모델을 내려받을 수 있다. 뮤즈 스파크 오픈은 애플 기기에서 더 빠르게 작동하도록 조정됐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AI가 학습한 결과물이 공개돼 누구나 내려받아 자기 기기에서 돌릴 수 있는 모델이다. 메타는 뮤즈 스파크 오픈이 상업적 이용을 일부 허용하는 조건으로 공개된 모델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CNBC는 이번 조치가 "메타의 재편된 AI 노력에 대한 중요한 신뢰의 표시이며 오픈AI와 앤스로픽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최고경영자(CEO)가 15일(현지시간) 애플 맥(Mac) 스튜디오에서 돌아가는 메타 에이전트 화면을 소셜미디어 X에 올렸다.[저커버그 CEO X 게시물 캡처] 2026.10.16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6-10-1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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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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