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
트럼프 재집권에 수입물가 상승 우려도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10일 반환점을 돌고 임기 후반부를 시작했다. 정권 초 6%를 웃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까지 떨어지며 일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물가 안정을 위해 억제했던 공공요금은 인상 압박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향후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있어 국내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 3년9개월만에 '최저'…밥상물가 안정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100)로 1년 전보다 1.3%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0.9%)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 9월(1.6%)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물가 상승률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달인 2022년 5월 5.3%에서 한 달 만에 6.0%까지 상승했다. 이어 7월에는 6.3%까지 치솟았는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속에서 임기가 시작한 윤 대통령이 가장 먼저 물가를 잡겠다고 한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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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년 반 동안 물가는 등락을 반복해 오다 올해 9월 1.6%대로 하락했다. 1%대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21년 2월(1.4%) 이후 43개월만으로 올해 초 정부가 공언한 '하반기 물가 2%대 조기 안착'을 성공시켰을 뿐만 아니라 밥상물가를 안정시켰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농축수산물은 전월 대비 1.1% 내렸다. 특히 올해 초부터 높은 가격을 유지하던 사과와 배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15.8%, 13.8% 하락했다. 이 외에도 큰 폭의 가격 오름세를 보인 시금치도 전월 대비 무려 43.9% 하락하며 채소류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물가 상승률을 1%대로 끌어내린 건 아주 잘한 일"이라며 "최근 환율이 높아지면서 수입물가가 올라가고 중간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보였는데도 이 정도 물가면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내년으로 미뤄진 공공요금 인상…고환율에 수입물가 상승 '변수'
다만 대중교통, 전기료 등 공공 서비스 요금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물가가 다시 튀어 오를 여지는 남아 있다.
먼저 내년 초 서울 지하철 요금이 150원 오른다. 앞서 서울시는 지하철 요금을 300원 인상하기로 하고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150원씩 올리기로 했으나, 기재부의 요금 인상 자제 요청을 받고 내년 초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서울 지하철 요금은 현행 1400원에서 1550원으로 150원 인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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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인상도 복병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4분기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이중 주택용과 일반용은 제외됐다. 서민경제 부담을 덜기 위해 산업용 고객에만 한정해 전기요금을 평균 9.7%(kWh당 16.1원) 더 걷겠다는 뜻이다.
다만 한전의 재무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의 누적 적자는 약 41조원에 육박한다. 하루 이자 비용으로만 약 122억원을 납부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주택용과 일반용을 포함한 전기료 인상을 한 차례 더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수입물가와 통화정책 변화로 인한 물가 자극이 우려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 7일 달러/원 환율은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당분간 1380~1390원대를 상회하며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을 제기했다. 달러/원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 수입물가도 자동으로 상승한다. 통상 수입물가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은 한국은행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를 잡았다"며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제약 조건이 많아졌다. 경제, 대외, 외교 등 정부의 상당한 실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