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중국 정치

속보

더보기

[톡차이나] <7>중국과 결혼한 한국며느리, 강윤아 법무법인(유) 광장 베이징 수석대표<上>

기사입력 : 2023년10월28일 12:11

최종수정 : 2023년11월08일 10:34

2008년 여름, 중국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던 나는 길림성(지린성) 사평에 소재한 길림사범대학 중문학과 교수님 댁에서 숙식하며 중국어 기초를 배우기로 했다. 당시 논어, 맹자집주, 고문관지 등 주로 중국 고전 서적을 통해 중국을 알아왔기에, 사평에서 처음으로 현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접하게 된 셈이었다.

당시 사평에서 운행하는 공공 버스에는 요금을 직접 확인하고 다음 역을 안내하는 버스 안내원이 있었고 택시는 거리와 상관없이 정액제로 5위안만 내면 어디든 갈 수 있었으며, 길거리에는 애완용인지 식용인지 알 수 없는 오리에 목줄을 매어 끌고 가는 사람이 있어서 마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이었다.

강윤아 법무법인 광장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

교수님은 막 퇴임하여 연세가 지긋한 분이셨는데 예의범절과 절약을 강조하셨다. 가장 처음 배운 사자성어는 '그 고장에 가면 그 고장의 풍속을 따라야 한다'는 뜻의 루시앙쉐이수(入乡随俗)로 교수님 댁의 규칙에 따라 물 절약을 위해 3일에 한 번 샤워를 하고, 샤워한 물을 보관해서 변기 물로 사용했다.

동네 서점에 들러 루쉰(鲁迅)과 위화(余华)의 산문집 10 여권을 사서 돌아온 날에 '돈을 낭비한다'고 혼쭐이 나기도 했다. 원래 여름이면 하루에 몇 번도 샤워를 하고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기도 했기에 사평에서 경험한 중국은 휴지 1장도 아껴 썼다는 60년대의 옛날 이야기 속으로 타임 슬립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지역 간에도 수 십 년의 시간 차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수준의 경제, 문화적 특성이 존재하는 큰 나라임을 금방 알게 되었다. 길림대학에서 보낸 가을학기, 북경 칭화대학의 봄 학기, 하얼빈, 대련, 상해 등 전국 각지로 여행을 다니다 보니 지역마다 경제발전의 정도나 문화와 규정에서 모두 차이가 있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택시 정액제가 아닌 미터 요금제가 활성화되어 있었고 거대한 쇼핑몰과 고급 레스토랑의 번화가가 들어선 곳도 있으며 음식 가격에서도 이미 한국 물가를 초월한 곳도 있었다. 그렇게 중국에서 1년의 유학 생활을 하면서 지역별로 시대를 넘나드는 듯한 다양한 생활 방식과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인 중국에 대해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변호사가 된 나는 2018년 법무법인(유)광장의 북경 대표처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한국 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10년 전 중국 친구들과의 소통 수단이었던 페이스북은 더 이상 접속할 수 없어 옛 친구들을 찾기 어려웠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강윤아 법무법인 광장 북경대표처 수석대표가 연수중이던 2008년 겨울 길림대 남호공원에서 유학생 친구들과 함께 얼음을 지치고 있다.  2023.10.28 chk@newspim.com

친구들과 자주 먹었던 길거리표 샤오카오(烧烤)도 더 이상 구경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10년 전에는 없었던 위챗, 디디, 알리페이, 따종디엔핑 등 중국 어플이 보편화되어  택시호출, 결제, 지역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쉽게 알 수 있는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생활의 편의는 더 좋아져 있었다. 기억 속 향수로 남은 추억은 뒤로하고 다시 새롭게 현재의 중국에 적응해야 했다.

업무적으로도 참 막막했다. 우리 법인은 오랜 기간 중국 유수의 로펌과 협업하고 있는 한국 로펌으로 M&A 관련 큰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2016년 사드 문제가 터진 후 잠정 중단된 상황이었다. 이렇게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시점에 북경으로 파견 온 나는 업무적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고 파견 초반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중국인 친구들, 지인, 동료들의 많은 도움 덕분에 중국 생활에 차츰 적응할 수 있었다. 북경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교통사고로 오른발 등뼈가 골절되어 뼈가 붙을 때까지 1-2달은 꼼짝 없이 집에 있어야 했다. 깁스를 하고 혼자 집에 덩그러니 누워 있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 보니 휠체어가 있었다. 곧이어 간호원도 들어왔다.

집에서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나를 생각해 중국인 친구가 보내준 것이었는데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큰 감동으로 남아있다. 이후에도 며칠 간 동료들과 친구들이 병문안을 와주었고 그 중 중국인 친구 취야오는 뼈에 좋다는 연근갈비탕(莲藕排骨汤)을 손수 요리해주기도 했다. 당시 인사를 나눈지 얼마 안 된 중국인 친구들이 가족처럼 먼저 마음을 써 주고 챙겨주는 덕분에 삭막했던 북경 생활에 정을 붙일 수 있었다.

업무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킹넷(恺英)의 황위(黄宇) 변호사와 Globe 로펌(高文律师事务所)의 쫭옌(庄严) 변호사는 업무로 만났지만 먼저 친구처럼 조건 없이 무한한 호의와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함께 사건을 수행하고 세미나를 하며 꾸준히 교류하다 보니 어느새 업무상 시시콜콜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찾게 되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법조계 멘토 선배들이 되었다.

차이다(柴达), 옌멍(闫孟)은 둘도 없이 좋은 친구인데 중국기업들의 한국 투자 관련 법률 자문 또는 송무 사건이 있을 때마다 나를 찾아주어 업무 파트너로서의 호흡도 맞춰갔다.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통해 업무 경험을 축적하고 성장할 수 있고 또다시 업무를 통해 소중한 인연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중국에 와서 여실히 체득하게 되었다.

북경 생활 초반에 가장 어려웠던 것은 언어의 장벽이었다. 비록 간단한 대화나 법률 서류 독해 정도는 가능했지만 막상 중국인들과 업무 회의를 하려니 법률 용어와 비즈니스 어휘가 난무하는 빠른 대화 속도를 따라가기란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중국어로 업무 메일을 작성하는 것도 매번 수많은 표현 중 무엇을 선택 할지 고민하는 바람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데도 당시 곁에 있던 중국인 친구 고객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 이들은 종종 중국인들만 모인 자리에 나를 초대해 주었고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질문을 해주며 느린 대답도 끝까지 경청해 주었다. 그러다 정상적인 속도로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이러한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다 보니 중국어 자체만이 아니라 대화 속도와 중국 비즈니스 문화에 대해서도 점차 익숙해질 수 있었다.

또한 중국 고객들은 업무 과정에서 출현하는 중문 표현의 세밀한 뉘앙스 차이까지 알려주고 중국인 동료 지인분들도 중국 법률 용어의 정확한 사용에 관해 아낌없이 조언을 해 주었다. 이렇게 그들이 사용하는 중국어 표현을 부단히 기록하고 1~2주에 한 번씩 복습하면서 점차 중국어로 회의하고 법률 서면을 작성하는 등 업무를 하는 것에도 자신감이 생길 수 있었다.

그 결과 난생 처음 중국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CIETAC)에서 중국어로 진행하는 국제중재 사건 변론에 참석하여 한국법을 설명하는 날이 오게 되었다. 그 후로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중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쓴이= 강윤아 법무법인 광장 북경대표처 수석대표

2021년 법무법인(유) 광장 북경대표처 수석대표
2018년~2020년 법무법인(유) 광장 북경대표처 대표
2016년~현재 법무법인(유) 광장
2020년~현재 중국한국상회 법률자문고문
2020년~현재 중국한국상회 법률자문고문
2014년~2016년 LG전자㈜ 사내변호사
2013년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2010년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 학사 졸업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국힘 대선후보 김문수 56.53% 득표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당직자들과 손을 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5.05.03 photo@newspim.com   2025-05-03 17:28
사진
李 파기환송심 서울고법 재판장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지 하루 만에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을 맡을 재판부와 첫 공판기일이 정해졌다. 서울고법은 2일 오후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에 배당했다. 또 이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소환장 및 기일통지 발송에 이어, 집행관 송달을 촉탁했다. 집행관 송달은 우편송달이 되지 않을 때 진행하는 특별송달이다.  서울고법의 선거사건 전담 재판부는 형사2부, 6부, 7부 3곳인데 이 후보의 기존 항소심 재판부인 형사6부는 배당 대상에서 제외됐고 6부의 대리 재판부인 형사7부에 배당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 이재권 재판장, '민주당 돈봉투' 등 사건 맡아 해당 재판부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기소된 이성만 전 의원과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전 보좌관 박용수 씨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밖에 폐수 불법 배출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련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조국혁신당 전략위원장(전 부부장 검사) 사건도 맡고 있다. 해당 재판부는 이재권(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와 박주영(33기)·송미경(35기) 고법판사로 구성됐다. 재판장은 이 부장판사가, 주심은 송 고법판사가 맡는다. 이 부장판사는 제주 서귀포 출신으로 제주제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1997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행정법원 판사, 제주지법 부장판사, 수원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 부장판사는 2005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2006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판사, 2021~2024년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용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인 2010년~2012년에는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로도 근무했다. 박 고법판사는 서울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서부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고 올해 2월 서울고법에 부임했다. 송 고법판사는 부산서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2006년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남부지법 판사, 부산지법 판사, 인천지법 판사 등을 거쳐 2022년 2월부터 서울고법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인 2019년~2022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 첫 파기환송심 15일...李 불복 뒤 재상고 가능성 커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은 오는 15일 오후 2시로 지정됐다. 이날 사건이 배당된 지 약 한 시간 만에 재판부가 기일을 지정하면서 이 후보 사건은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후보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할 것으로 보여 오는 6월 3일 대선 전 최종 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법 전합은 전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한 발언,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의 압박 내지는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에 해당해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를 하위직이라서 몰랐다는 발언과 함께 골프 발언을 듣는 일반 선거인으로서는 출장은 같이 갔지만 함께 간 해외줄장 기간에 골프를 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그런데 피고인은 김씨 등과 함께 간 출장 기간에 골프를 친 것이 사실이므로 이 발언은교유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을 들어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했다'는 취지의 발언과 '국토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은 기속력이 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은 이를 뒤집을 만한 중대한 증거가 새롭게 제시되지 않는 이상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이 후보에 대한 추가 양형 심리를 거쳐 유죄를 선고하게 된다. 이 후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은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shl22@newspim.com 2025-05-02 18:5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