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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의 국방인사이드] "북한 중대형 무인기 대책, 그렇게 제언했는데…설마 그럴 능력이 있겠어?"

기사입력 : 2023년07월29일 12:17

최종수정 : 2023년07월31일 06:35

'북한판 속도전' 2025년 이전 전력화
국내외 전문가·정치권 수도 없이 제언
'전승절' 계기, 무인 정찰·공격기 공개
'글로벌호크'·'MQ-9 리퍼' 거의 판박이
한미군 위협 대비 시급·러 구매 관심사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부터 "북한이 오는 2025년 이전에 중대형 무인기를 들고 나올 것"이라면서 "'북한판 속도전'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리 군과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북한이 중대형 무인기를 무슨 능력으로 개발할 수 있겠어' 하는 안이한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북한이 '7·27 전승절'을 계기로 무기 전시회와 열병식을 통해 의도적으로 고고도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를 전격 공개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우려와 분석이 현실이 됐다.

북한이 '7·27 전승절'을 하루 앞둔 2023년 7월 26일 고고도 무인정찰기 '샛별-4형'(사진 오른쪽)과 무인공격기 '샛별-9형'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을 찾아 설명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내놨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전문가들 "軍 무인기 획득 프로세스 개선"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북한의 중대형 무인기 위협에 대한 우려를 수도 없이 전달했다. 우리 군의 무인기 획득 프로세스에 대한 적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고 개선을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이 중대형 무인기인 고고도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를 전격 공개함에 따라 북한의 무인기는 현실적 위협으로 더욱 가중되고 있다.

우리 군이 북한의 위협을 '따라잡기'가 아닌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를 갖고 나오면 SLBM을 개발하고, 북한이 장사정포를 전방에 배치하면 장사정포 요격체계로 대응한다.

북한이 무인기를 침투시키면 무인기를 개발하고,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띄우면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린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인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해 맞서고 있다.

사실상 '북한 따라잡기' '북한 흉내내기' 대응에 급급했다. 이젠 대한민국도 군사 전략과 무기체계 개발을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으로 전면 수정할 때가 됐다. 그래야 진정한 자주국방을 할 수 있다.

북한의 전략 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사진)이 2023년 7월 27일 밤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전승절' 열병식에서 공개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北 중대형 무인 정찰기·공격기 전격 공개

북한은 '7·27 전승절'을 하루 앞둔 26일 고고도 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무인공격기 '샛별-9형'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을 찾아 설명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내놨다.

미국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와 무인공격기 'MQ-9 리퍼'와 거의 판박이 형상이었다.

'북한판 글로벌호크' 샛별-4형과 '북한판 리퍼' 샛별-9형은 처음으로 공개한 바로 다음 날인 27일 '전승절' 열병식이 시작되기 전에 평양 김일성광장 상공을 비행했다. 공격형 무인기는 열병식에서도 4대가 차량에 실려 공개됐다.

북한 관영 매체는 28일 열병식 소식을 전하면서 "새로 개발·생산돼 우리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 무인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가 열병광장 상공을 선회하면서 시위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전력화를 거쳐 실전 배치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과시했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12월 당시 북한의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향후 5년 내 남한에 500km 종심 깊이까지 들여다보는 무인 정찰기를 만들라고 과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북한 체제 특성상 김정은이라는 최고 존엄이 과제를 제시하면 그 길로 꼭 갈 것"이라면서 "그러면 북한은 지금 만들고 있는 무인기를 실험해야 될 것이다. 아마 북한 내부에서 몇 십번 실험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북한이 보낸 무인기를 요격할 수 있는 방공망을 갖춘 나라는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전략 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이 2023년 7월 27일 밤 북한 '전승절' 열병식에서 공개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태영호 의원 "북한 무인기 스텔스화 할 것"

태 의원은 "북한도 그 길까지 가려는지 모르겠지만, 무인기를 앞으로 스텔스화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휴전선 일대에 촘촘히 무인기 격추 요격 시스템을 배치해야 한다. 지금은 배치되지 않았지만, 방공 시설을 우리가 설치한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북한판 글로벌호크' 샛별-4형은 한국 공군이 미국에서 4대를 도입해 운용 중인 RQ-4와 기체 모양, 여기에 더해 무기체계에 붙이는 넘버링 4까지 거의 비슷하다. 한국 공군이 운용 중인 RQ-4(글로벌호크)는 20㎞ 상공에서 특수 고성능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를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 위성급의 무인정찰기이다.

한번 뜨면 38∼42시간 작전 비행을 할 수 있다. 작전반경은 3000㎞에 달한다. 한반도 밖까지 감시할 수 있다. 날개 길이 35.4m, 전장 14.5m, 높이 4.6m로, 최대 순항속도 250㎞/h, 중량 1만1600㎏ 등이다.

'북한판 리퍼' 샛별-9형도 MQ-9 리퍼와 기체 모양은 물론 무기체계에 붙이는 일련 번호 9번까지 거의 유사하다. 리퍼는 기체 하부에 폭탄을 실어 지상의 전차나 암살할 요인을 정밀 타격한다. 북한 매체는 무인공격기 기체 하단에 장착한 폭탄을 실제 발사하는 시험 장면까지 공개했다.

MQ-1 프레데터를 개량한 MQ-9 리퍼는 최대 14시간까지 작전을 할 수 있다. 장거리 비행을 통해 정찰 임무와 공격 작전도 가능한 첨단 무인기다. 최대 14발의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또는 4발의 헬파이어 미사일과 GBU-12 페이브웨이 Ⅱ 레이저 유도폭탄 2발 등을 장착할 수 있다. 길이 11m, 날개폭 20m, 자체 중량 2.2t이다. 최대 1.7t의 무기 등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최대 상승고도 15.24㎞, 최대 시속 482km, 항속거리 5926km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올해 2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2·8 건군절' 열병식에서 북한이 핵탑재가 가능하다는 새 순항미사일과 600mm 초대형 방사포 KN-25를 공개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었다.

북한의 전략 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이 2023년 7월 27일 밤 북한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일성광장 200m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베넷 "러시아서 스텔스 기술 구하고 있다"

미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스텔스 무인기를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인들이 스텔스 무인기 기술을 구하려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 무인기는 핵무기 운반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그렇게 갖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서 핵탄두를 탑재해 미 본토 전역을 언제 어디서든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액체연료 ICBM 화성-17형을 공개했다. 올해 3월 24일 개발과 시험 사실이 처음 공개된 핵무인 수중공격정 '해일'도 열병식 대열에 합류했다. 화성-18형은 올해 '2·8 건군절'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했다.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의 '핵심 5대 과업'을 제시했었다. 핵심 5대 과업은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의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 탄도로켓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이다.

이처럼 북한은 이번 무기 전시회와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을 통해 ICBM을 비롯한 핵무력을 총동원해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대표단 단장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러시아 대표단 단장 쇼이구 국방장관과 나란히 주석단에 자리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이 등장하는 열병식에 중러 대표단을 초청해 한미일 공조에 대응한 북중러 결속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7월 27일 밤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전승절' 열병식 도중에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드론전쟁' 우크라이나戰, 러 구매 주목

특히 열병식 하루 전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쇼이구 러 국방장관에게 고고도 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무인공격기 '샛별-9형'을 비롯해 ICBM 화성-17형과 화성-18형,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초대형 방사포 KN-25, 포탑·방탄 철갑이 개선된 전차, 극초음속 미사일 등까지 보여주며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군사대표단에 전시된 무기를 일일이 설명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북한 관영 매체는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에게 노동당 8차대회가 제시한 국방발전계획에 따라 연구개발 생산돼 최근 북한군이 장비하고 있는 무기 전투 기술 기재들에 대해 소개하고 세계적인 무장 장비 발전 추세와 발전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강력한 국가 건설을 위한 투쟁에서 커다란 성과를 쟁취하리라는 확신을 거듭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북한의 핵·미사일과 드론 전력을 사실상 대놓고 과시하며 세일즈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자신들의 '7·27 전승절'을 계기로 중·러 외교군사 방문단에 최신 무기체계들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열병식을 통해 핵무력을 과시했다. 국방장관까지 직접 보낸 러시아가 향후 북한의 어떤 무기체계를 어느 정도까지 구매할지 초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한국정부를 비롯한 미국정부, 국제사회의 대응과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kjw86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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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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