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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책임 못지는 공인중개사 사각지대…전세사기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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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부풀려 세입자 유인해 전세사기 가담한 중개사
사기 가담 중개사 제재 방법 없어…처벌 강화 필요성
HUG 심사 강화도…국토부 "처벌 강화 지속"
중개사협회 법정단체 전환·단속 강화는 실효성 의문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에 가담한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관련 제재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세를 부풀리거나 소유권, 근저당권 등 권리관계를 속이는 방식으로 세입자들을 유인하는 것은 중개사 의무 위반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관련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출보증기관의 심사 강화 등을 통해 보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주최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협회역량강화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일구 기자]

1일 '빌라왕'을 비롯한 전세사기에 공인중개사들이 협력한 사실이 밝혀지며 이에 대한 제재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제재 강화를 선언한 상태다. 

경찰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구리시에서 파악된 전세사기와 연루된 공인중개사가 300명이 넘는다. 해당 사건의 용의자는 수도권에서 946가구의 주택을 임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인중개사들은 시세를 부풀려 세입자를 안심시키는 방법으로 전세사기에 가담하고 있다. 건물 전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인천 미추홀구 사례의 경우 등기에 근저당이 표시돼 있지만 안전하고 보증금이 저렴하다고 세입자들을 유인했다. 중소기업청년전세대출, 신혼부부전세대출 등 각종 정책대출도 문제 없이 나왔지만 현금흐름이 막히면서 작년부터 경매가 시작됐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속이기 위해 중개사들은 사고가 날 경우 보증금을 책임진다는 이행보증서까지 작성해줬다. 행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국에서 중개사들이 가담한 전세사기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고의로 세입자들을 속이는 중개인들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중개인들은 임차인들에게 전세권, 저당권, 지상권, 임차권 등 권리관계를 설명해야 하지만 시세 대비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의무를 부과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근 매매가격이 떨어지며 전세가 동반 하락하는 등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세의 이런 특성 때문에 중개사들이 고의로 시세를 부풀렸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고의성 여부는 법정에서 다퉈야 하는 문제다. 다만 사전 예방 차원에서 권리관계 설명 의무 등 중개사법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는 중개사가 피해금액을 보상하는 수준의 민사판결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징역형 등 형법상 제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만큼 대출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는 내부 기준에 따라 전세가율 등 단순 수치만 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지만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사기 의심 사례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중개업자가 고지할 의무가 있는 권리관계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의미하지만 시세 변동성이 있는 시장 특성상 중개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면서도 "고의적인 기망 등에 대해서는 징역형 등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다. 다만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 만큼 HUG에서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중개사가 해당 계약이 안전한지 판단할 의무가 있지만 적정 가격을 누구도 제시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개사의 사기 가담에 따른 피해가 커지는 만큼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문성이 높은 중개사는 시세를 판단해 계약의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시세 변동으로 인해 중개사가 제시하는 정보가 100% 옳다고 믿을 수는 없다"며 "중개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요구하는 법정단체 전환과 지도·단속 권한 강화 등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교수는 "중개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협회 특성상 강력한 통제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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