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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적 통증'에 귀 기울이는 시대 문화

기사입력 : 2023년02월20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2월20일 08:00

이정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통증의 모습들

우리 경제에서 뼈 아픈 시점이었던 1998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한 조건으로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제정되었고, '직접 고용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둠으로써 고용시장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비용을 통제하여 세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들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여 비교 경쟁력에 있어 세계를 제패하고 있던 유럽, 일본 등 기업들의 우위에 서게 되었고, 현재 우리나라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세계 기업들을 보유한 경제 강대국이 되었다.

대법원은 2022년 사내도급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2개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7월에는 '철강 제조업' 최초로 생산공정에서 사내도급과 관련하여 불법파견을 인정하였다(포스코 판결). 그리고, 10월에는 제조업에서의 '직접생산공정' 뿐만 아니라 물류, 품질관리, 포장 등 '간접공정'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이 성립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선언하였다(현대차·기아 판결). 이후, 관여하였던 노동계 변호사는 이후에도 이러한 분쟁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인터뷰를 하였다. 그리고, 직장내괴롭힘, 성희롱 등의 피해로 자살을 하였다는 사회적 문제는 현 시점에도 여전히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정우 변호사[사진=화우] 

전통적으로 기업은 법률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되도록 많은 이익을 창출하여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면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이 야기한 사회 문제를 기업이 납부한 세금으로 정부가 해결하는 것보다 기업이 애당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기조가 우세하면서 기업의 이러한 역할이 중시되고 있다.

국제적 공급망의 복잡성,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하여 기업의 사업 활동과 사회적 가치 추구를 분리하여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고, 사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공급망에서의 인권침해 문제가 대표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사회활동 자체를 친사회적으로 변화시켜서 기업이 외부화하던 각종 비용을 내재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사회적 숙고는 하나의 트랜드를 넘어서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고시 의무화, 공급망 실사 의무화 등 세계적으로 법제화 되고 있는 추세이므로, 우리나라 기업들 입장에서도 당장의 숙제로 받아 들이고 있다.

기업 조직 문화의 변화

서두에 화두를 던진 도급의 모습을 살펴보자. 제조업으로서 도급을 운영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사업 전환이 아닌 이상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법하고 적정한 도급을 운영할지, 아니면 적법하지 않고 적정하지 않은 도급은 운영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경영판단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경영판단은 사업의 운영을 넘어서서 인재의 영입, 운영이라는 사업의 '존속'과도 연결될 수 있는 핵심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고 보인다.

현재 우리는 세대간 이해의 결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Z세대가 주축이 되는 시기가 올 것이고, 결국 그 세대가 향후 30년 이상의 사업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접하고 있는 Z세대의 특성은 '정년' 아닌 '발언'이 보장되는 조직문화를 추구하고, 더 이상 퇴행하는 기업 조직문화를 따르지 않고 '퇴사'로 이어지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현재 필자가 속한 법조계 문화도 그렇고 다른 기업들에서도 젊은 층의 이직 문화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현재의 경영판단의 핵심은 소속된 근로자, 관계 공급망 등에게 단순히 월급과 도급비를 주는 것을 넘어서서 상대방이 가치 있다고 느껴질 수 있는(feel valued)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가치 5조원 상당의 개인 맞춤혐 건강 관리 앱, 눔의 창업자 정세주 대표가 이야기한 것처럼, 관여한 이해관계자들을 공동체 일원으로 보고, 구성원에게 목표를 공유하는 리더쉽, 구성원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리더와 구성원의 신뢰를 형성시켜 궁극적으로 조직 성과를 달성하는 것을 지향하는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기업 문화로 정착되는 것이 인재 운영의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적 통증에 주목하자"

옥스퍼드 소속 연구원이자 의사 몬티 라이먼이 펴낸 고통의 비밀이라는 책에서는 통증은 물리적 통증만으로 계량화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사회적 통증에 주목하라고 하는데, 우리 기업가들이 고민해볼만한 대목이 있다. 그는 사회적 통증을 쉽게 설명하면 '사회적 거부'의 고통이라고 하는데, 즉 어느 집단에 들어가지 못하는 순간 느껴지는 고통을 말한다고 한다. 사회적 통증의 핵심을 이루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부당함을 인식하는 것이 통증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즉,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거나 그 사실을 알면 통증은 더 심해진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IMF 이후에 이러한 사회적 거부의 고통이 너무 '오랫동안' '사회 곳곳에서' '많이' 내재화 되어 있었는데, 그 경쟁에서 소외된 이해관계자들은 이를 문제화 하기 어려운 구조에 봉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고, 비용 경쟁에서 살아 남지 못하면 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저상장 시대로 돌입한 이 시대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불이익으로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고통을 이야기하는 세력을 뒷받침하는 이론과 법리가 생성되고 있고, 앞서 보았듯이 실제 사법부와 언론계, 세계시장에서 그 발언력이 현실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산업 역군인 제조업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 세계경제의 침체기인 이 시점에 다시 한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의 혼돈 시점에 ESG, 신재생에너지, 공급망 실사 등 현재까지 우리와는 조금 불편했던, 친하지 않았던 숙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 해결의 중심에는 결국 우리나라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인재'의 육성과 그 인재들의 성숙함이 우뚝 설 수 있는 문화와 제도를 설정하는 것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사회적 합의에 있지 아닐까 싶다.

 

이정우 변호사

2014-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2013-14 법무법인(유) 율촌
2010-13 법무부 국가송무과 공익법무관
2010-11 광주고등검찰청 공익법무관
2010 사법연수원 제39기
2008 서울대학교 법학과
2007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 외부 필진 기고는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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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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