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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타당하고 합리적인 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의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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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화우 변호사

흔히들 국가는 가장 모범적인 구매자라고 한다. 물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판매계약 체결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들 중 하나가 구매자의 대급지급능력일 것이다. 특히 일회성 판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반대급부인 대금을 온전하게 받을 수 있는지는 사업의 존망을 가르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박수정 화우 변호사 [사진=화우] 2023.01.06

그런데 국가는 미리 예산을 확보하고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가는 가장 모범적인 구매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현대 국가는 행정부의 영역이 매우 확대되는 경향이고 전세계적으로 국가가 발주하는 물품계약이나 공사계약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때문에 중소기업들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소위 관급계약 낙찰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한 편으로 국가는 가장 엄격한 구매자일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국가의 구매계약에 드는 대금은 예산이다. 그런데 이 예산은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이 재원이 된다.

즉 국가의 구매계약은 국민의 재산을 바탕으로 체결되는 계약이기 때문에, 불필요하거나 엉뚱하게 대금이 지급되어서는 안 되도록 할 필요성 또한 크다. 이러한 연유로 국가와의 계약서 물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일반 국민들 간의 계약과 다르게 좀 더 특수하고 엄격한 제재가 뒤따른다.

예를 들어 판매자가 계약을 부실하게 이행하여 하자가 발생하거나 낙찰을 받기 위해 계약 체결과정에서 정당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경우 향후 일정 기간 동안은 아예 관급계약에 참가할 수 없도록 원천적 제한이 가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이다(국가계약법 제27조, 지방계약법 제31조, 공공기관 운영법 제39조). 따라서 어느 업체가 매출의 대부분 또는 상당 부분을 관급계약에 의존하고 있는데 계약 과정에서 실수하여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받게 된다면 그리고 그러한 기간이 장기간이라면 해당 업체는 사실상 폐업이라는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모든 것이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 다행히 우리 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도 계약 과정에서의 극히 사소한 하자나 부정한 행위까지도 모두 제한을 가하지는 않고, 일정한 사유에 한정하여 제한을 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나아가 그 사유로 인하여 향후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계약) 또는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공공기관 계약)라야만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업체가 공공기관이 발주한 계약에서 입찰 또는 계약에 관한 허위서류를 제출하였다고 해서 바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업체가 이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절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 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예로, A업체가 B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 낙찰을 받았다. A업체는 해당 공사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특정 부품을 C업체로부터 공급받아 공사를 완성하였다. B공공기관은 공사 입찰공고에서 해당 부품이 어떠한 크기와 성능을 갖춰야 하는지 미리 규격을 제시하였고, A업체는 C업체로부터 부품을 구매할 때 해당 부품이 '공고에 부합하는 규격이라는 품질보증서'와 '부품의 소재가 국산이라는 증명서'를 같이 받았으며, A업체는 위 품질보증서와 증명서를 B공공기관에 제출하였다.

그런데 공사가 완료되고 수년이 지난 후에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 한 세관에서 밀수품이 적발되었는데 바로 C업체의 밀수품이었고, A업체에 공급한 부품과 같은 종류였다. 알고 보니 C업체는 국산 소재로 만든 제품과 외국에서 몰래 수입한 값싼 외국산 제품을 섞은 후 모두 국산인 것처럼 속여 제품을 공급한 것이다. C업체는 당연히 사기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해당 사건 수사과정에서 C업체가 이와 같이 국산과 외국산을 섞어 부품을 공급한 업체들이 밝혀졌는데 그 중 하나가 A업체였고, 이러한 사실이 B공공기관에도 통보되었다. 사실을 알게 된 B공공기관은 부품 소재가 국산이라는 증명서가 '허위서류'라는 이유로 A업체에 대해 3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하였다.

A업체 입장에서는 고의로 외국산 부품을 국산으로 속이고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도 C업체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매우 억울한 점이 없지 않았다. 또한 다행히 외국산 제품도 성능 면에서 공사 규격에 부합하는 제품으로서 품질에는 아무 이상이 없음도 밝혀졌던 것이다. 결국 A업체는 법원에 위 제한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우리 법원은 A업체가 계약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A업체는 C업체로부터 외국산 제품이 섞인 부품을 공급받는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그와 같은 상태로 C업체로부터 받은 증명서를 B공공기관에 제출했다.

또한 해당 부품으로 인해 어떠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어떠한 성능이 문제가 있는지 전혀 증명되지 않았다. 나아가 A업체는 나중에 수사가 개시되어서야 증명서가 허위임을 알게 되었고, 그 전에 증명서가 허위임을 현실적으로 알기도 어려웠다. 그렇다면 A업체가 B공공기관에게 위 증명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대구지방법원 2020구합25078 사건).

앞서 살펴 보았듯이 일정한 사유가 있고 그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입찰제한을 할 수 있는 것이고, A업체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당한 제재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 점은 분명하다. 또한 A업체가 위 증명서를 제출한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 합리적 결론으로 보인다. 또한 A업체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법원의 판단에 앞서 B공공기관이 먼저 위와 같은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A업체는 오랜 시간의 노력과 비용을 들여 소송을 하고 나서야 결국 제한처분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A업체는 분명 국산 부품이라는 증명서를 제출했는데 일부제품이 외국산임이 밝혀졌고, C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은 주체는 A업체이기 때문에, 서류에 기재된 대로 부품을 이용하여 공사할 책임 역시 A업체에게 있다. 이와 같이 A업체가 제출한 부품 증명서가 허위서류로 밝혀진 이상 B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아무런 제한을 안 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관급계약의 특수성상 계약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가가 입게 될 불이익을 방지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 또한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를 공정하게 운영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귀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쟁을 저해하거나 계약의 성실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지 않은 업체마저도 부당하게 입찰에서 배제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관급계약에 참여하는 업체들에게 향후 관급계약 참여 기회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고려할 때, 구체적 사정들까지도 충분히 고려하여 더욱 타당하고 합리적으로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가 운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수정 화우 변호사

경력

2020-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2020-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2020-현재 한국법제연구원 자문위원
2020-현재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
2018-20 대법원 재판연구관(헌법행정조)
2014-15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 간사/위원
2013-18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2013-18 법무법인(유) 화우
2013-18 법제처 법제교육원 행정쟁송법, 법령해석실무 비상임강사
2012-13 법제처 법령해석정보국 행정법령해석과
2010-12 법제처 차장실 비서관
2008-10 법제처 행정법제국
2007-08 법제처 행정심판국 행정교육심판과
2007 법제처 행정심판국 사회복지심판과

학력

2022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박사 수료)
2020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2007 사법연수원 제36기
2005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 (영문학박사 수료)
2004 제46회 사법시험 합격
1998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 (영문학석사)
1996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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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홍콩ELS 불완전판매 인정 안 해 [서울=뉴스핌] 정광연·박민경 기자 = 2조원 규모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2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앞두고, 민사소송에서는 은행 등 판매사가 잇따라 승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체 투자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재투자자'에 대해서도 은행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금융당국과 달리, 법원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투자자 책임을 명확히 했다. 향후 과징금 부과를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뉴스핌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지난 16일 홍콩ELS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투자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해당 소송은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으로, 개인 소송으로는 청구 금액이 크고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6.01.28 peterbreak22@newspim.com 원고 측은 ▲ 은행이 해당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 ▲은행이 자율배상을 진행한 것은 법적 과실(불완전판매)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위험투자(원금손실)를 원치 않은 고객에서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은행측의 손실 배상을 요구했다. 법원은 해당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투자자의 과거 투자 이력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는 이 사건 상품 가입 이전까지 12차례 ELS 상품에 가입했고, 주가연계펀드(ELF)에도 2차례 투자한 경험이 있다"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지 못했고 은행이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홍콩ELS 가입자 대부분이 재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홍콩ELS에 투자한 전체 고객 중 최초 투자자는 8.6%에 불과하며, 나머지 90.8%는 과거 ELS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ELS 상품의 구조상 과거 투자 경험이 있다면 원금 손실 가능성을 몰랐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주가 연계 구조를 이해하고 수익과 손실을 경험한 뒤 재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6.01.28 peterbreak22@newspim.com 반면 금융감독원은 과거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도 원금 손실의 30~65%를 자율배상하도록 하고, 투자 경험이 많을수록 2~10%포인트를 차감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은행권이 자율배상안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배경이다. 법원의 판단은 이번 판결에 그치지 않고 유사한 ELS 관련 분쟁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는 지난해 9월 금융사와 투자자 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투자자가 여러 차례 ELS 상품에 가입했고, 스스로 하락 한계가격(낙인 배리어) 등을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금융사가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투자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11월 ELS 특정금전신탁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원고가 2016년 이후 동일·유사한 구조와 위험 등급의 ELS 상품에 19차례 가입한 이력이 있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2차 제재심을 앞두고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은행권은 2조원에 달하는 과징금 규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상 과징금은 최대 75%까지 감면이 가능하며, 은행들은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기대만큼 감면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법원 판결이 제재심은 물론,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 간 법적 공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제재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법원 판결 역시 최종심은 아니기 때문에 참고 자료로 보고 있다. 과징금 감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pmk1459@newspim.com 2026-01-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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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산 車 상호관세 다시 25%로 [인천=뉴스핌] 류기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입법 절차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다. 2026.01.27 ryuchan0925@newspim.com   2026-01-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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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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