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 북미·중국 오프라인 매장 손질
후계자 대주주인 계열사...실적 정상화 '부담'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이니스프리가 지속적인 실적 감소에 따라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 철수를 단행한다.
이니스프리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승계 재원인 배당수익을 정상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시장서 3년 만에 철수...중국서도 130여개 매장 정리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 이니스프리는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북미 시장 철수 계획을 밝혔다. 2017년 9월 뉴욕 직영점을 오픈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한 뒤 약 3년 만에 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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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11.03 hrgu90@newspim.com |
철수 시점은 내부적으로 조율 중이다. 이니스프리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운영 중인 직영점은 올해 초 기준 10여개이며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매장을 정리했다. 남은 매장들은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며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판매는 지속한다.
이니스프리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올해 3분기까지 95개 매장이 문을 닫았으며 연말까지 총 130개 매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잔여 이니스프리 중국 매장은 470여개로 전년(600여개) 대비 22% 수준 줄어든다.
이니스프리의 이 같은 결정은 지속된 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 2010년 독립법인 출범 이후 최초로 분기 적자를 냈다. 이번 3분기에는 영업적자 규모가 2억원까지 축소됐으나, 매출(80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3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올해 이니스프리의 전체 실적 전망도 어둡다. 연간 세 자릿수를 기록하던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로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3분기에만 중국과 미국의 매장 철수 비용이 300억원가량 발생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과 로드숍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직전 분기 대비 영업적자 폭은 감소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 감소가 이어지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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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 씨가 약혼식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6.27 mironj19@newspim.com |
◆이니스프리 배당금=서민정 승계 재원...올해 배당 어려울 수도
이니스프리의 실적 악화는 배당금 축소로 이어진다. 실제 2016년 이후 국내 로드숍 경영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이니스프리 결산 배당총액은 2017년 127억원, 2018년 102억원, 2019년 78억원으로 지속 감소했다.
배당금 축소로 인해 오너 3세인 서민정씨도 당분간 승계 자금 확보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 씨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 과장급 사원으로 복귀해 주요 부서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에서 이니스프리의 배당금은 서 씨의 승계 재원으로 여겨진다.
서경배 회장은 2012년부터 장녀인 서 씨에게만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계열사 지분을 증여해왔다. 이에 서씨는 이니스프리 개인 대주주(지분율 18.18%) 자격으로 2016년 45억원, 2017년 23억원, 2018년 18억원, 2019년 14억원의 배당수익을 챙겨왔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유례없는 대규모(1002억원) 중간 배당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총 배당금은 전년 동기 대비 90.7% 증가한 108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중간 배당으로 인해 이익잉여금이 2000억원대로 줄어들면서 올해도 이를 시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첫 연간 적자 전환에 이를 경우 배당 자체가 어려울 전망이다. 서 씨가 지분 19.5%를 보유하고 있는 에뛰드는 2018년 적자로 전환하며 2년 연속 배당을 아예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니스프리가 국내외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며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7월 이니스프리의 대표이사를 갑작스럽게 교체하기도 했다. 2017년 전 대표인 김영목 대표 선임 이후 이니스프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 증여 후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를 통해 증여세를 마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면서 "로드숍 업황 악화로 양사 실적이 급감하면서 승계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














